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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장 사모님도 보건증을 받았을까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16 1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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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칼바람이 부는 연말이다. 아직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가 완전히 가시려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데다 야채값 폭등 등을 겪은 뒤라 어느때보다 월동준비하는 마음이 무겁다. 다만, 근래 소외된 이웃들을 지원하기 위한 온정 행보도 줄을 잇고 있어 조금 안심이 된다.

우리금융그룹이 소외계층을 위해 김장 3만포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금발벽안의 행장을 모시는 외환은행도 이같은 김장나눔에 동참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서도 짬을 내 임직원들이 대거 김장담그기에 나섰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와 (사)희망나눔마켓은 홀몸노인·소년소녀가장·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취약층 2만7000가구에 김장을 전달하기 위한 행사를 열었는데, 이 행사에는 송현옥 서울시장 부인도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김장만이 아니다. 최근 대규모 인사개편을 겪은 삼성그룹은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그룹 사장단이 쪽방촌을 찾아 물품을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으니, 최고경영자군에 새로 이름을 올린 이들에게는 국내 최고의 민간경제주체를 이끈다는 자부심 못지 않게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가슴에 새겨넣는 기회가 되었을 법 하다.

그런데 좀 외람된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이들이 펼치는 사회 봉사가 어느 샌가 세모에는 으레껏 하는 연례행사쯤으로 도식화되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언론의 단골 지적을 하려는 건 아니다. 이들의 봉사 행보가 진정에서 우러나와 금만큼이나 비싼 명사들의 시간을 아낌없이 던진 것이라 믿고 있다. 다만 매뉴얼화된 행보를 펼치다 보니 디테일에서 부족함이 있지 않느냐 생각한다.

우선 다중이 먹을 음식을 마련하는 경우에 보건위생에 대한 조치가 있으면 좋겠으나, 이에 대한 고민이 없다시피 한 것 같다. 김장 활동에 참여했던 단체들 몇 곳에 동참 전 행사 인력의 보건증 관련 상황을 문의했으나, 당혹감을 표시할 뿐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삼성그룹 사장단 행사만 해도 문제다. 쪽방촌 주민 얼굴을 여과없이 내보낸 보도자료를 받아든 본지 기자들은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문의에 대한 답변은 "그렇게 해 왔다"는 취지의 심드렁한 반응뿐이었다.

정으로 주는 것인데 무슨 트집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같은 디테일에 대해 생각을 아예 안 해 봤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사회공헌이라는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높은 2010년 겨울의 시점에서는 만점짜리 답은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봉사활동을 펼쳤으나 쪽방촌 주민 얼굴을 그대로 내보낸 보도자료를 언론에 제공,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은 어느 언론의 실제 보도 사례이며, 하얗게 가려진 것은 본지가 따로 처리한 것이다. 

이와 대조되는 좋은 사례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지난 3월 삼성에버랜드가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했는데, 음식을 직접 차려 보고, 복지센터 노인들에게 이를 대접한 바 있었다.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테마파크 전문 운영회사답게 신입사원 교육에 재미와 업무를 연결지었다는 평가다. 그런데, 세부 사항을 볼 수록 흥미롭다. 이들 신입사원 연수 대상자들은 식당 운영에 필요한 법규사항인 보건증까지 전원 발급받았으며 요리 도구와 식자재 등을 관리하는 방법까지 꼼꼼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팀별 경쟁으로 펼쳐진 연수에서 승리한 팀은 모 노인복지센터 노인들을 '베네치아' 레스토랑으로 초청해 직접 만든 요리를 제공했고, 승리를 놓친 팀은 방문한 어르신들을 위해 레크리에이션을 펼치고 선물을 제공하는 등 따뜻한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어려운 이웃이든 누구든 간에 다중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베푸는 이라면, 이 정도 배려는 하여야 하지 않을까? 삼성에버랜드의 꼼꼼한 보건증 진행은 서울시 오세훈 시장 사모님 이하 많은 김장행사에 얼굴을 비춘 명사들이 삼성에버랜드 연수 담당자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을 부분이다. 봉사에 나선 명사들 중 많은 이들이 보건증 문제를 생각이나 해 봤을지 묻고 싶다. 아울러 계열사 인사기획쪽에서도 이런 그야말로 작은 문제 하나까지도 신경쓰는데, 그룹 사장단은 왜 모자이크 처리 하나도 안 한 보도자료를 뿌리는지, "아랫사람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옛말이 절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