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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분양시장, 빠져나오려면…

[2010년 부동산시장 결산 ①] 분양실적 최악의 해

김관식 기자 기자  2010.12.16 10: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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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0년 한 해 분양시장은 침체의 연속이었다. 올 초부터 시작된 거래시장 위축→미분양·입주 증가→보금자리공급→수요자 관망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현상으로 인해 신규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는 보금자리주택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물량이 많았다. 일단 가격이 저렴하다고 인식된 만큼 대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민간분양시장을 더욱 악화시켰다. 저렴한 보금자리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수요자들의 가격경쟁력에 대한 눈높이가 점점 높아졌던 것이다.

이 같은 보금자리주택 등의 영향으로 올 한해 분양물량은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12월17일 기준)에 분양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보금자리주택 제외)를 조사한 결과 총 241곳에 8만6207가구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 분양실적(4만8516가구)은 전년대비(8만1812가구) 절반 가까이 줄었다. 평균 분양가는 오히려 상승했고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수도권에서 분양한 물량의 청약률이 일부지역을 제외하고선 전반적인 성과는 좋지 않았다”며 “때문에 미분양 물량이 늘었지만 소비자의 눈높이는 보금자리로 옮겨져 일반분양물량에 관심은 더 떨어지게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지방 분양실적 엇갈려

올 한해 동안 이어진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의 분양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국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163곳 4만8516가구 △지방5대광역시 38곳 1만8436가구 △지방중소도시 40곳 1만9255가구가 분양됐다.

수도권이 전년대비 40.7%(3만3296가구) 줄어든 반면 지방5대광역시와 지방중소도시는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서 각각 21.8%(3304가구), 26.8%(4064가구)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연초 계획됐던 전체 분양계획 물량도 당초 25만3936가구 대비 33.9%(8만6207가구)만 공급돼 실적 비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실제 수도권은 18만9436가구 중 25.6%(4만8516가구)가 분양된 것에 비해 지방5대광역시는 2만5401가구 중 1만8436가구가 분양돼 72.6% 실적률을 기록했다. 지방중소도시 역시 3만9099가구 중 49.2%(1만9255가구)가 분양됐다.

이는 올해 주택시장 분위기 회복을 기대한 민간건설사들이 수도권에 신규 분양을 계획했으나 실물경기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형아파트 분양가 4년만에 중형 ‘추월’

이와 같이 올해 분양실적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3.3㎡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와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소형이 중형아파트 분양가보다 높아 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2월13일 기준)올해 공급된 전용 66~99㎡(20평형대)의 3.3㎡ 당 분양가는 1060만원으로 전용 99~112㎡(30평형대) 분양가 1025만원 보다 35만원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06년 이후 4년 만에 소형이 중형아파트 분양가를 앞지른 것이다.

1~2인 가구 증가, 저 출산 현상 등과 경기불황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중소형 아파트로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건설사들은 설계변경을 통해 중소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중대형 면적은 분양가를 낮춰 청약경쟁률을 높이는 전략 등을 새로 짜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분양가가 가장 높았던 지역은 본격적인 개발에 앞두고 있는 용산구로 조사됐다. 3.3㎡당 평균 2443만원으로 1888만원을 보인 강남구보다 무려 555만원 차이를 보이며 3년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했다.

단지별 최고 분양가는 11월 분양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으로 3.3㎡당 평균 3733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반포 힐스테이트 3111만원, 잠실 대우 푸르지오 월드마크 2856만원, 레미안 그레이튼(진달래2차) 2734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가장 낮은 단지는 경상북도 구미시 구평동에 위치한 구미구평 2지구 영무예다움으로 3.3㎡당 평균 194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시장 회복…미분양 해소 시급

주택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수요자들 역시 관망세로 임하면서 집값이 곤두박질 쳤다. 이 때문에 분양 참패를 우려한 민간 건설사들의 분양일정 미루기 등의 현상이 나타났고 분양을 진행하더라도 일부 알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물론 정부 정책과 회사 자구노력을 통해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줄고 있는 추세지만 수도권에서 신규 분양한 사업장에서 다시 불어나고 있어 미분양 해소 문제가 가장 시급해 보인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지난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9만9033가구로 전월(10만325가구)대비 소폭(1292가구)줄어들면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7년 10월(10만887가구)10만가구대 진입 이후 36개월만에 9만가구대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방은 신규분양물량이 줄어들고 분양가 인하 등 자구노력을 통해 미분양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은 줄어든 분양실적 대비 분양가가 큰 차이가 없고 저렴하고 입지가 우수한 보금자리가 지속 공급돼 미분양 해소가 더욱 힘들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나기숙 연구원은 “일단 올해 분양시장 자체가 예전에 비해 물량도 적고 청약률도 낮은 전반적인 침체현상을 보였다” 며 “이 중 올해 유독 많은 물량을 공급했던 보금자리로 인해 민간분양일정 등을 연기하고 나섰지만 내년 역시 올해 이상의 보금자리 물량이 있어 미분양은 물론 시장 자체 회복이 더딜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부동산시행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침체된 주택시장 회복되면서 분양시장까지 살아나는 것은 좋지만 용인이나 김포지역 등에 적체된 미분양이 소화될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