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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웅진코웨이 ‘중국 굴욕’…내심 끙끙

전지현 기자 기자  2010.12.16 08: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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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달 29일 중국 상해지역에 대한 방문 판매사업 허가권을 취득했다. 2008년 상해에 방판 허가 신청한지 2년만의 일이다. 지난 8일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전일대비 6만3000원(5.84%)상승한 114만1000원을 기록했고 일주일이 지난 현재에도 15일 종가기준 113만8000원을 형성하며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사건을 터뜨리긴 했나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승승장구 소식에 배 아파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국내 방판 사업의 으뜸 주자 웅진코웨이다.

그동안 웅진코웨이는 중국시장에서 꾸준히 화장품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약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72%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며 언론을 통해 자랑해 왔다. 또 2008년 화장품 연구소를 설립해 자체 기술력도 갖추는 등 중국시장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이런 여세를 몰아 웅진코웨이는 지난 2월 국내 화장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웅진코웨이 홍준기 사장은 “웅진코웨이의 핵심 경쟁력인 방문판매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성공적인 신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을 확신했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8월 차세대 나노기술 개발프로젝트를 통해 탄생된 셀에너지 화장품 ‘리엔케이’를 출시했고 9월부터 국내시장에서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중국에서 화장품사업의 발판을 다졌고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기에 국내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정수기 팔아 돈 번다’는 이미지 개선의 일환인 듯 대물급 모델인 고현정과 5년 계약이라는 카드도 선택했다. 그녀가 가진 고급스럽고 깨끗한 이미지를 통해 웅진코웨이의 기술력과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프리미엄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추구했다.

국내시장에서의 그들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올해 목표 매출(100억원)의 40%를 달성하는가 하면 올 연말까지는 매출 100억원을 가볍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내년 매출 목표는 400억원으로 잡았다.리엔케이의 고기능성 제품으로 고가시장을 겨냥하고 모델 고현정을 내세워 가전업체 이미지를 탈피했던 것이 주효했으며, 30년 동안 축적된 방문판매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것이 웅진코웨이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없었던 탓이었을까. 국내에서의 화장품 매출 성장에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중국시장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놓치고 만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내 방문판매사업을 준비한 2000년대 초반부터 웅진코웨이도 코리아나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중국 화장품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또 아모레퍼시픽이 사업 허가권 취득을 위해 방판연구팀을 결성 중국 방문판매 진출 연구를 본격화한 2007년부터 웅진코웨이도 방판사업허가권을 따내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중국은 외국계 기업에 허가권을 잘 내주지 않는다. 웅진코웨이의 경우 (중국 관련 기관의) 최종 승인권자가 계속 허가권을 홀딩하는 상황”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이 진정 방문판매 허가권을 따냈는지 중국 관련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국내 방판사업 1위를 자랑하는 웅진코웨이의 경우 화장품 사업 관련 아모레퍼시픽보다는 정통성은 떨어지지만 방판사업권을 중국에서 먼저 따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크게 상했던 모양이다. 또 향후 방문판매사업권을 따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태여서 아모레퍼시픽의 허가권 취득 소식이 어지간히 웅진 코웨이를 자극한 듯 싶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은 15일 설화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수입허가를 승인받음으로써 중국시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방판 시장 3조5000억원. 중국 전체 화장품 시장의 13.1%에 해당한다. 중국 내 국내 화장품은 47.3%, 7조4000억원 수준이다. 아
   
 
울러 중국의 방판시장은 꾸준한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진입장벽 또한 높다. 중국화장품 소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면, 중국 정부의 방판 허가 심사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역에서 방판 허가권을 보유한 규모 있는 기업은 단 10개. 특히 상해 내에선 에이본, 메리케이, 암웨이 등 3개 업체만이 주로 영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낮기 때문에 ‘알짜배기’ 시장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황금 시장에 국내 방문판매 유통채널에 대한 노하우와 축적된 방문판매 역량을 자긍심으로 삼던 웅진코웨이가 아모레퍼시픽에 방문판매 우선권을 내주게 됐으니 약이 올라 심하게 배가 아플 법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