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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토막 나버린 ‘빅 유닛’…경제공황 20년째

[르포] 수렁 속 일본 경제의 ‘오늘’ ①

류현중 기자 기자  2010.12.15 11: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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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1세기 일본경제가 위태롭다. 1990년 거품경제 붕괴로 장기침체를 겪었던 일본경제가 또 다시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역사를 찾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지난 2008년 ‘리먼쇼크’로 또 한번 좌절됐다. 경제파탄의 장기화는 소비심리에 이상 현상을 일으켜 결국 소비를 극소화하는 ‘혐소비 세대’를 등장시켰다.

이는 곧 기업 성장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본지 취재 결과 일본 주식시장은 연간 상장기업대비 10배에 달하는 회사가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주식시장은 상장 기업 대비 10배에 달하는 회사가 상장 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 내년 일본 경제 '더블딥' 불가피

지난 1990년 일본 경제는 버블 붕괴와 함께 약 10년간 최장의 불황기를 겪었다. 일본 정부는 각종 경기부양대책을 도입해 잃어버린 10년 경제 찾기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2년 전 리먼브러더스의 강타로 좌절됐다.

세계 경제 대공황으로 불리 우는 리먼사태는 일본 경제 회복을 무력화해 ‘잃어버린 20년 추락’에 대한 위기론을 확산시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011년 일본경제는 △엔화강세 △미-중 경제둔화 △경기부양책 효과 등 3대 악재를 맞을 것으로 내다본 뒤 이중침체 즉 ‘더블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아오야마학원대 교수는 일본의 더블딥 시기를 내년 여름께로 보고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민간조사 11개 기관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일본은 폭염이나 정책효과 등으로 7~9월 다소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반면 보조금 정책 영향이 강한 개인 소비의 경우 자동차가 10~12월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1월~3월에는 박형TV를 중심으로 한 에코 가전이 기저효과에 의한 감소로 침체될 전망이다.

◆ 일본 경제, 미국과 중국이 난제

올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량(GDP)성장률은 0.1%를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분기 대비해서는 크게 축소한 수치로 그 동안 일본의 경제를 힘겹게 유지해왔던 수출시장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시장은 미국에 이어 중국 경제까지 정체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국 경제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 도쿄 소재의 후코쿠 뮤추얼 보험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사정을 반영 “내년 일본의 생산 활동은 엔화강세에 따른 미-중의 수출 감소와 더불어 과도기적 움직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에 실업사태 장기화가 예상된다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6% 하향조정 했다.

중국 또한 지난 4월 시행된 긴축 정책 영향으로 △기저효과 감소 △부동산 투자 위축 △선진국 경제의 불확실성 및 수출 둔화 및 금리인상을 포함한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등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성장률이 2분기 10.3%에서 3분기는 9.3%로 후퇴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중국 간의 불편한 관계도 일본경제 회복에 불안재료다. 센카쿠 열도의 어선충돌 사건 후 최근 센카쿠 열도의 한 섬에 일본 지방의회 의원에 상륙을 중국이 반발하면서 양국 간에 긴장감이 재현되고 있다. 책임은 고스란히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에 돌아가고 있다.

   
<2011년 일본 경제는 전세계적인 호조세와 반대로 20년째 이어지는 장기 침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 장기불황 ‘돌연변이 소비세대’ 등장

일본 개인소비는 정책에 의한 부양효과로 약해진 상태다. 내년 역시 주가 약세 등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20년간 버블붕괴 후유증을 겪어온 20대~30대 젊은 세대는 절약수준을 넘어 아예 소비기피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른바 ‘혐소비 세대’다.

혐소비 세대가 더욱 커질 경우 일본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혐소비 세대라는 용어를 만들고 연구서를 펴낸 JMR생활종합연구소 마츠다 히사카즈 대표는 “일본의 경기침체는 버블 붕괴 이후의 미래 불안, 수입 전망 불투명, 저수입층 증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따른 것이지만 혐소비 세대의 등장과 영향력 확대도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장의 소비를 담당해야 될 젊은층에 혐소비 현상이 결국 기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논리다. 일본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가 지난 2000년~2009년 사이 20ㆍ30대 가계 지출 비율을 조사한 결과 △주류 △외식 △교통·통신 △레저·교양 등 총 38개 품목 중 36개 품목의 비율이 감소했다.

올해 알콜 음료인 발포주는 29.6%에서 8.5% 감소했고 △휴대전화 통신료(-11.1%) △자동차 구입(-23%) △자동차 관련 용품(-17.7%) △휴대전화 통신료(-11.1%)로 각각 감소했다.

   
<일본 소비의 주요 계층인 젊은세대들 사이 소비혐오현상이 늘어나면서 국내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는 1990년대의 ‘취업 빙하기’ 이후 젊은 층의 고용은 불안정과 실업률과 비정규직의 비율 상승과도 연관이 깊다. 젊은 층의 임금은 계속 감소 추세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층의 비율이 줄어든 반면, 후한 기업연금을 받고 있는 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다”며 “젊은층을 공략하라는 슬로건은 과거의 신화이며 일본 경제의 미래를 생각하면 쇠퇴 증후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혐소비 세대의 등장은 곧 일본 기업을 갉아 먹고 있는 셈이다. 일본증시는 현재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 수준인 1만선에서 머물고 있다. 주식시장은 매년 100개 업체가 상장폐지를 하는 가하면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하려는 기업들마저 쉽지 않은 상태다. 금리도 마이너스 상태다. 간 나오토 정부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심리는 이미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시가총액 10위안에 머무는 △도요타자동차 △혼다자동차 △파나소닉 △캐논 △미쓰비시 △닛산자동차 △NTT도코모 등도 반도막 주가로 도요타자동차는 10월부터 일본 생산을 20%  줄이기로 하는 등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책 만료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매력을 잃은 지 오래다.

문제는 일본의 대공황이 20년 째 특정계기도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제 회복에 대한 추측도 내릴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국선물거래소(KRX) 관계자는 말한다. 

현재 일본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엔고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쓰쿠다 요시아키 상무는 “환차손만으로 판매가격에 20% 이상의 타격을 입게 된다”며 “국제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한탄한다. 즉 살인적인 수준의 엔화 강세가 수출기업들의 숨통을 조이면서 일본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5일 일본은행은 정부와 시장의 압력에 등 떠밀려 6년반 만에 환율 개입을 단행했다. 정부도 9000억엔(약 13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때늦은 조치였다는 지적과 함께 법인 과세 경감을 포함한 성장전략의 핵심에는 벗어났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찾기 위해 각종 경기부양대책과 엔화 환율잡기 모두 실패한 것이다.

일본 도쿄= 류현중 기자 rhj@

※ 다음 편에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일본 공략에 대한 분석을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