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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외탈세, ‘사전차단’이 더 중요하다

박중선 기자 기자  2010.12.14 16: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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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국내 제조업체의 대표 A씨는 역외(홍콩, 라부안 등)에 설립한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은닉자금을 조성했다. A씨는 또 국내외 투자를 통해 얻은 소득도 탈루하고 조세피난처 소재 신탁회사를 통해 ‘세금 없는 상속’까지 준비하다 덜미를 잡혔다.

이 사례는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해외은닉자금 조성과 신탁회사를 활용한 우회상속 수법으로 국내기업들과 재벌들의 대표적인 역외탈세 수법이다.

국세청은 지난 2009년 11월부터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만들어 해외정보수집활동과 분석을 통해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유출한 혐의가 있는 4개 기업과 그 사주에 대해 6개월 동안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그동안 불난 집 구경하듯 관망세를 보였던 국세청이 날로 정교해진 역사 깊은(?) 역외탈세 수법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 유출한 4개 기업 및 사주를 조사해 50%이상의 추징금을 거둬들인 것은 단기적으로 고무적인 성과로 판단된다.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역외탈세분야에서 국제공조, 조사관리 등 조직역량을 효율적으로 집중해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은 국세청의 자평대로 봐줄만 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세금은 지난 몇 십년동안 밖으로 새어나갔고 국세청은 대기업과 재벌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을 알면서도 전문 인력 부족이나 제도가 아직 미미하다는 이유로 ‘조직적 범죄’를 속속들이 속아내지 못했다. 살이 썩고 곪은 다음에야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국세청의 대처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국세청은 이르면 내년 홍콩 등 국제금융 중심지에 4명, 중국 상하이 등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한 주요 지역에 6명,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한인 밀집지역 5명 등 총 15명의 탈세정보 수집 정보요원을 상주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또 기존에 미국 워싱턴, 프랑스 파리 등 전 세계 6곳에 파견된 해외주재 세무관을 증원해 내년 초 중국 상하이, 베트남 하노이 등 2곳에 추가로 보내 현지 한국기업 및 재외국민의 세금업무를 지원하고 해외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비밀금고인 스위스가 고객정보를 밖으로 유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고 정보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다른 유럽 국가들을 여러 차례 거쳐 들어온 계좌추적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증권경제연구소 나중혁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월 옵션만기 때 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듯 도이치증권 누가 어느 창구에서 폭탄매물을 쏟아냈는지 아직까지 알 수 없을 만큼 금융거래 계좌추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역외탈세를 막겠다는 국세청의 강한의지는 고무적이다. 다만, 여태껏 새어나간 국민들의 세금이 다시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과세 인프라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고 성실한 납세자에게는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해 납세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다각적인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대기업 압력과 정치권 개입에서 독립된 국세청으로 거듭나 역외탈세 추징이 아닌 사전 탈세를 막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