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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만기 대책…‘급한 불 끄기식’ 논란

적격기관투자자 등급평가제 문제 많아, 구체적 가이드라인 부재

박중선 기자 기자  2010.12.14 1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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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1월 옵션만기 쇼크로 인한 충격으로 금융당국이 투자자보호를 위해 ‘소 잃고 외양간고치기’ 식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외양간도 고치기 힘든 대책이란 빈축을 사고 있다. 근본적인 대안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내막을 살펴봤다.

지난달 11일 도이치증권은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에 외국인이 1조8000억원을 순식간에 매도했다. 이 충격으로 코스피지수가 순식간에 50포인트 급락했고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증권거래소는 공동으로 12월7일 ‘11월 옵션만기일 지수 급락 관련 후속대책 추진상황’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앞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은 11월말에서 12월초에 걸쳐 운용사의 파생상품 포지션에 대해 리스크 관리 실태를 살폈다. 특히 현재 사후 증거금을 적용 받고 있는 기관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운용 상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현재로선 사전증거금 부과가 자율화돼 있어 적격기관투자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후증거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결제위험에 따라 적격기관투자자 등급을 평가한 뒤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사전증거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일 프로그램 매매 사전신고 강화는 가장 효과 빠른 대책”

감독당국이 현재 추진 중인 대책 사항에는 △운용사의 파생상품 매매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증권사의 결제 불이행에 따른 손실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결제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그램 매매 사전신고에 대한 감시 및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금융당국은 각종 제재와 감시 대책 강화 등을 통해 지난 11월 옵션만기일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나, 시장은 이들 대책을 100% 신뢰하지는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청사다.
금융당국은 특히, 프로그램 매매 사전신고에 대해서는 현재 미약한 제재 수준을 강화하고, 실제로 체결 가능성이 낮은 허수성 호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기로 하는 등 전반적인 감독 수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코스피200 지수선물이나 옵션거래종목의 최종 거래일에 장 종료 10분 전부터 종료 시까지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제출하려면장 종료 15분 전(14시45분)까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만기일 프로그램 매매 사전신고 강화는 가장 효과가 빠른 대책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지금까지 제재 수위도 낮았던 데다 허수성 호가도 많아 사전 공시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았는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신뢰성이 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옵션만기충격으로 도이치증권은 약식제재금 200만원만 부여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해 피해액에 비해 제재강도가 턱없이 낮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제재수준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방안을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사전신고에 대한 위반수준 강화를 위해서 최대 200만원으로 제한하는 제재금을 퍼센트로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증거금, 포지션제한 문제 시간 걸릴 듯

당장 도입할 예정은 아니지만,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에는 기관 투자자들에 대해  사전 증거금 대상 기관을 확대하고, 사후 증거금을 적용 받는 기관에 대해서도 일중 주문 한도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동시호가 접수 시간(14시50분~15시) 이후 잠정 종가가 직전 가격(14시50분) 대비 ±5% 이상 변동할 경우 호가 접수 시간을 (5분 이내에서) 연장하는 임의종료제도 도입한다. 선물?옵션을 합산한 미결제 약정 보유수량에 제한을 두는 방안과 일정 규모 이상 파생상품 미결제 약정 보유자에게도 포지션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이번 대응으로 시장자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증권사가 적격기관투자자의 등급을 평가해 일정수준 이하인 경우 사전증거금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에게 주문을 받아 수수료를 챙겼던 증권사들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적격기관인지를 평가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런 정황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적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증거금 관련 문제는 이해 당사자 간 협의가 필요해 도입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포지션 제한과 관련된 문제도 논의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옵션만기 결제기준이 장 마감 직전 10분간의 동시호가로 결정되는 방식을 그대로 둠으로써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결제기준을 만기일 직전 일정 기간의 가중평균 등으로 변경하거나 호가 폭을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