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대한항공A380과 타이타닉

전훈식 기자 기자  2010.12.14 10:02:5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인 1911년 5월13일 영국의 선박회사 화이트스타가 건조한 ‘R.M.S(Royal Mail Steamship)타이타닉’은 당시로선 혁명적 사건이었다. 호화로운 모든 것들을 선상에 모아놓은 이 배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최첨단시설이었다. 

하지만 타이타닉은 1912년 어느날 밤 부류빙산과 충돌해 불과 2시간40분 만에 침몰했다. 구명보트가 턱 없이 부족해 인명 손실이 컸다. 화이트스타는 승객 2500명, 승무원 900명을 태울 수 있도록 이 배를 설계했는데, 당시 규정에 따르면 구명보트는 18척만 구비하면 됐었다. 이 배는 규정 보다 많은 20척이나(?) 많은 구명보트를 준비했지만 많은 승객을 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로부터 정확히 1세기 뒤인 오는 2011년 5월 ‘하늘 위 타이타닉’으로 불릴만한 ‘에어버스 A380(이하 A380)이 우리나라에 도입된다. A380은 EU 에어버스가 제작한 초대형 항공기로 ‘날아다니는 특급호텔’이라는 별칭이 붙은 초호화 항공기다.

대한항공은 이 기종을 내년부터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1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안전 문제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국내 지방공항들이 A380의 이착륙 기준에 미달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인천·김포공항에 회항이 불가능한 경우 국내엔 갈 곳이 없어 A380은 중국과 일본으로 회항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공항공사와 대한항공은 아직 대형 항공기의 회항 사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사전에 회항공항 환경을 조성해 운영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여태껏 이런 사고가 없었느니 미리 걱정하면서 호들갑 떨지 말라는 식이다.

타이타닉이 당시의 규정보다 많은 보트를 구비했음에도 비극은 발생했다. 타이타닉이 출항하기 전 누군가 ‘한겨울 밤에 배가 빙산에 부딪혀 가라앉는다면 그 많은 승객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면, 화이트스타나 타이타닉 제작 관계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일어난 적도 없고,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해서 재수없는 소리 한다고’고 면박을 주지나 않았을까. 

불과 5개월 뒤면 A380이 국내에 취항한다.

이런 걱정을 언급한 기자에게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4월에 나왔던 문제를 또다시 꺼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직 (초대형 항공기의 국내 회항공항 환경 문제) 해결은 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A380에 대한 구매 계약 이후 7여년 시간이 흘렀다. 적지 않은 시간이다. 대한항공은 문제 해결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대한항공의 한 간부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부터 가정해서 이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380 기종에 대한 음해성 비난이 있는 것을 잘 아는데 언론사들이 이런 비난을 바탕으로 보도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는 이런 대한항공 측의 반응에 한숨이 나왔다. 대한항공은 오늘의 자신들을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최근 한 달 동안 대한항공기는 연료탱크 누수와 엔진 미작동 등 네 건의 정비 결함사태로 국외에서 지연 등의 사고를 일으켰다. 기상이변이 아닌 정비 결함으로 비상착륙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A380 기종에서 벌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만일 국내공항에서 이륙한 A380이 비상착륙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항공 비상사태다. 이는 대한항공뿐 아니라 국가 위신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지금도 준비하고 있다’ 정도의 답으로 은근슬쩍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다.     

꼭 100년전 비운의 타이타닉이 줬던 교훈을 대한항공이 잘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