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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호남석유화학의 ‘때 쓰기 식’ 홍보

이철현 기자 기자  2010.12.14 09: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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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요즈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 발표가 붐을 이루다시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로 협력해 상생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 같다. 지난 7일 호남석유화학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부족한 2%를 반드시 채우고야 말겠다’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내용인 즉, 이날 지식경제부가 낸 보도자료에 자사의 내용이 일부 누락됐으니 적극 반영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경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크게 5개로 구분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실행 방안이었는데, 호남석유화학은 이 자료에 자사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호남석유화학은 동반성장아카데미 운영한다는 점과 함께 LG화학, 한화케미칼이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성했다는 내용에 자사도 추가해 달라고 했고, 여기에 위원장은 호남석유화학 정범식 사장이라는 점도 강조하며 자료내용에 넣어줄 것을 요구했다.

기자의 눈에는 이런 호남석유화학의 홍보 모습이 호들갑처럼 보였다. 자료에는 ‘호남석유화학’이라는 문구가 매 실행방안마다 등장했다. 이미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부각됐을 법도 한데, 매우 구체적인 부분을 다루며 적극 홍보에 나서는 모습은 마치 때 쓰는 어린 아이 같았다.

회사가 좋은 취지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나서는 부분을 홍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사의 홍보 담당자들이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비록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을 내용이라 할지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석유화학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실천방안은, 언론이 간단히 소개할 내용이지 비중 있게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 사명이 한두 번 거론된 것도 아니고, 좋은 일 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에 재차 강조해서 ‘이렇게 잘 하고 있다’고 떠들썩하게 소개할 내용은 아닌 듯 싶다. 당연히 그렇게 해왔어야 하고, 또 일상 중에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이런 종류의 일은 홍보 보다는 묵묵한 실천이 중요하다. 충실한 실천 뒤에 내려지는 훈훈한 평가가 사전 홍보보다 기업의 가치를 천배 만배 더 올린다.

호남석유화학은 함께 나선 타 회사의 그늘에 가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좋은 취지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놓고 너무 생색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정부가 각 회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한 것도 잘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호남석유화학은 이런 정부를 상대로 뒷담화를 늘여놓으며 불만을 토로하거나, 따지고 들거나, 또 때를 쓰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솔직히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