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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공기먹이기' 시도하는 우리금융 사주조합

우리금융 매각 흥행 사실상 실패 판단에 '예비입찰포기' 강수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14 0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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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금융 매각이 다시 안개를 만났다.

우리금융 매각에 입찰참여의향서(LOI)를 제출한 '우리사랑' 및 '우리비즈니스클럽' 컨소시엄은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 컨소시엄은 13일 오후 일단 정부에 유효경쟁 및 경영권 프리미엄 기준 완화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후 입장을 다시 정리, "기준 완화와 관계없이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고 공표했다.

표먼적으로 이들 컨소시엄이 내세운 이유는 최종 입찰 시까지 200억원 내외의 인수 자문 비용과 실사 비용을 부담. 이같은 부담을 지면서 매각 절차에 참여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고 컨소시엄측은 밝혔다.

◆사주조합, 흥행 실패 가능성 전전긍긍하는 당국 수 읽었나?

이같은 강수를 두고 나선 우리사랑·우리비즈니스클럽 컨소시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기본 속성을 알 필요가 있다. 이들은 우리금융 사주조합과 우리은행 거래 고객 및 기업을 대표로 해 결성되었으며, '과점주주 방식을 통한 우리금융 자체 민영화'를 위해 이번 매각에 참여했다.

당국이 달가워할 만한 요소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우리금융 M&A전에서 하나금융이 돌연 빠지면서(외환은행 인수로 방향 전환) 흥행몰이에 차질이 빚어졌다. 물론 이들 우리사주 관련 컨소시엄 외에도 9곳이 우리금융 매각에 LOI를 제출하기는 했다.

그러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우리금융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전략적 투자자(SI)라기보다는 재무적 투자자(FI)인 것으로 관측된다는 게 유효 경쟁을 어렵게 한다. 일각에서 실질적인 유효경쟁이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에 따라 당국이 꿈꿨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및 금융산업 발전 등 3가지 원칙을 고집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며,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 중인 정부 입장과 달리 조금이라도 싼값에 '다른 주인을 새로 모시게 되는 운명을 바꿔야 하는' 우리사주측으로서는 승기를 잡은 셈이다.

◆유효경쟁 원칙 접도록 유도, 당국이 넘어갈지가 관건

이에 따라 일단은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정부측의 고압적 태도 자체를 꺾을 필요가 일단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흥행에 주요한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라 자신들이 돌연 한 발을 뺀다 해도 매각이 일사천리로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 당분간 시간을 끌면서 당국의 입장이 유효 경쟁에 대한 원칙론을 손보는 쪽으로 풀리기를 기다리는 전술을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낚시에서 대물을 상대할 때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와 풀어주기를 반복해 기운을 빼는 '공기 먹이기'를 연상하면 쉽다. 금융 당국은 더욱이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올 수 있는 '먹튀 방조 논란'을 진화하는 데에 일정 부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우리금융 건에 관심을 집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금융 건은 이미 주가가 좋을 때 매각을 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쳤으며, 이로 인한 책임론도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이 과연 우리금융 사주조합측과의 줄다리기에서 쉽게 물러설지, '명분'과 '실리' 중 어느 쪽을 택할지에 따라 이번 2010년도 우리금융 매각 추진 상황은 해를 넘기는 숙제가 될지 여기서 대단원을 향해 달려갈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