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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통역 사회공헌도 고객유치 목적?

좋은 취지의 외국인 금융상담 중계…‘사실상 통역 도급’ 논란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13 12: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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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은행이 소외된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에 열심이다. 베트남 수상연극 공연을 주선하는 등 다문화가정 관련 각종 초청행사를 진행해 호평을 받았고,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어머니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교육하고 있다(주말학교 운영). 또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정착을 위해 전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연구하는 데 착수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활동을 펴다 보면 사회공헌과 영리활동의 분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기부금 제공의 반대급부로 일정한 조건을 주고받는 경우까지 생겨 사회공헌 본연의 행보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 노동자 혹은 한국어가 아직 서툰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자의 경우,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나은행은 이를 위해 사단법인 지구촌 사랑나눔과 공동으로 다국어 금융상담 중계 전화번호를 개설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국어로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이번 서비스를 실시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하고 나섰다.

외국인이 하나은행 콜센터(1599-0644) 또는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1644-0644)를 통해 금융상담을 요청하면 지구촌 사랑나눔내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의 통역 상담원이 언어 지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대화에서는 고객과 지원센터 상담원의 2인간 대화가 아니라 하나은행 콜센터 상담원이 고객 등과 같이 3자 통화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나은행은 지구촌 사랑나눔과 서비스 개시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해 2000만원을 기부하는 행사를 가졌다. 또 200대의 교육용 컴퓨터 기증과 이주민의료센터 진료카드 겸용 체크카드 개발 등을 곧 이행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하나은행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 등 하나금융그룹 각사의 임직원들도 이들을 위해 정기적인 바자회를 통해 수익금을 기증할 예정이며, 그룹 내 봉사단체인 하나사랑봉사단은 외국인 근로자 쉼터에 무료배식과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한 문화체험 등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방침도 발표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다국어 금융상담 중계서비스 제공 등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외국인 이주자들의 빠른 정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 서비스 지원의 배경을 설명했고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경영과 나눔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비스 개통 당시에 하나은행에서는 김정태 행장이 몸소 찾아 진행 과정을 독려하는 등 큰 관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외국인이 통역 서비스만 제공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실상 하나은행 쪽에서만 독점적으로 3자 대화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이는 사실상 하나은행만의 독점적 외국인 고객 유치와 관리를 위한 서비스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이 같은 기금 쾌척과 향후 각종 지원 약속은 순수한 사회공헌으로 홍보할 것이 아니라, 사실상 일정한 일을 완성할 것을 전제로 금원을 지원하는 도급 계약에 가깝다는 것이다.

기업 사회공헌, 혜택 많은 만큼 악용 예방 절실 지적도

   

17개국 언어 서비스 지원 현황을 살펴보는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 사진 출처는 하나은행.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왔지만, 아직 사회공헌에 대한 위상 확립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사회공헌이 아닌 홍보나 마케팅 영역의 실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회공헌으로 함께 언급되기도 하고, 사회공헌 활동이면서도 묻히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사회공헌으로 일단 타이틀을 달고 홍보가 되면,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는 적잖이 도움이 된다는 간접적 홍보 효과가 발생할 뿐더러, 사회공헌 기금과 직접 운영 프로그램 증가로 합산되면 기부금 공제 혜택 등이 주어진다는 데 있다.

현재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은 기부금으로 분류되어 특례기부금의 경우 50%, 지정기부금의 경우 5%를 한도로 소득공제가 허용되고 있다. 기업의 순수한 사회공헌에도 반대급부가 주어진다는 것.

따라서 하나은행처럼 사회공헌인지, 영업 유치를 위한 지출인지가 명확치 않은 활동을 모두 사회공헌인 것으로 언론홍보에 내세우는 경우에는 이같은 두 가지 문제를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은행의 경우 많은 활동을 실제로 펴면서 외국인과 관련, 음지에 손길을 내밀어 왔고, 일부 기업의 경우처럼 공식 기부금의 절반 가까이를 실은 사내 임직원의 복리 후생에 쓰는 전례 등과는 질적으로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이 늘수록, 기업 영리 추구에 더 치우친 활동과의 분리,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통역을 요하는 등의 활동에는 기부금을 전제로 내세워 재정이 어려운 순수민간봉사단체를 끌어들이는 대신, 오해 소지가 없게 아예 전문기구를 양성하거나 고용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