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강력3반’만도 못한 ‘미근동 경찰청’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12 14:38:5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연말연시, 어느 때보다 바쁜 분들에게는 참 한심하다 싶게 들릴지 모를, 쓸모없는 이야기를 세 가지 하려 한다.

‘강력3반’이라는 영화가 있다. 흥행 실적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으니 기억 못 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3반은 만날 검거 실적에서 1, 2반에 밀려 서 내에서도 찬밥 신세가 된지 오래다. 사기는 떨어지고, 수사비 배정에서도 설움 받으며, 일은 고되다. 근래 경찰 내 인기부서 순위에서 형사는 참으로 위상이 낮은 것이어서 강력3반은 더더욱 인적 자원을 충원하기도 어렵다. 그런 부서다 보니 경찰 중에도 그야말로 미운 오리 새끼 같은, 그러나 사명감 하나로 남아 있는 직원들이 대다수고, 이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교통계에서 전입온 여경(남상미 분)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실수인지 몰라도 잔인하게 개를 깔아뭉개고는 유유히 사라진 차를 추적하겠다고 나선다. 피해자의 충격에 대한 죄, 사람의 기본 도의를 저버린 죄를 묻겠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바쁘고 힘들고 중요한 일이 많은 곳이 경찰인데, 이 같이 나선 말단을 달가워할 상사는 없다. 그러나 그녀의 열의에 상부에서는 “잘 해야 손괴죄(남의 물건을 고의로 파손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죄목)일 텐데, 그래도 할 것이냐? 해 봐라”면서 ‘병력 낭비’(?)를 하는 것을 허락한다.

경찰의 권력은 권리가 아니라 타인의 것을 위임받은 권한이다. 때문에 그것은 경찰공무원 자신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관청의 공공적 힘이며, 그러기에 경찰은 작게는 ‘수사는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하여 보다 상위기관에 의해 통제를 받도록 법률은 규정하고 있으며, 크게는 늘 그 권한을 국민에 봉사하도록 쓸 책무를 지며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바쁜 사건, 강력 사건들을 수사해 그 피해자(국민)들의 억울함을 달래는 데 동원할 수도 있는 병력을 검거 자체가 난망하여 언제까지 인력을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손괴죄 검거에 돌리는 일은 사실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해당 교통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중요 거대 범죄의 한 단초가 되기 때문에 정당성을 부여받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려 한다. 근자에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고양이갤러리’에 한 네티즌이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한 사진을 올려 충격을 주고 있다. 닉네임 ‘캣쏘우(catsaw)’를 자처한 이 네티즌은 어린 고양이를 잔인하게 폭행한 사진 4장을 올렸다. 심지어 공포스릴러물 ‘쏘우’의 대사를 인용해 “난 지난 몇 달 동안 자네들이 자신의 고양이를 소중히 안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왔다. 왜 그토록 고양이를 원하는 자들이 결국 고양이를 키우게 됐을 때는 소홀히 대하는 것인가? 자네들은 나와 간단한 게임 하나만 하면 이 고양이는 상처를 치료받고 다시 원래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걸세”라고 말했다.

즉, 이미 잔인하게 고문 받고 신체 일부를 절단당한 고양이 사진을 제시하고는, 일종의 추가적인 린치를 가할지 여부를 네티즌 일반에게 게임처럼 제시한 셈이다. “나에게 욕설, 모독감을 주지 않으면서 설득만 시키면 되는 것이지. 만일 위의 룰을 어기거나 글이 삭제될 시엔 이 가엾은 차차는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가겠지”라고 덧붙여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기도 했다.

각종 제보로 이 내용이 전해진 이후,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제보 내용 등을 토대로 이를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으며, 다음 아고라에서도 가해자 검거 및 처벌을 청원하는 글이 올랐다.

마지막 이야기를 하려 한다. 경찰청이 16일까지 사이버 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경찰공무원은 물론 일반인들도 함께 상대로 하여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주제는 ‘경찰을 빛낸 10대 뉴스’이며, 설문 참여자는 20개 질문 중 4개를 복수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낯간지럽다하여 비판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설문 내용 중 일부가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설문에 자랑스럽게 언급된 경찰 추진 사항 중에 일반인은 금시초문일 수도 있는 것들도 있다. 이 정도야 뭐 호사다마라 할 만 하니 거론하지 않는 게 예의겠다. 그러나, ‘완벽한 경호경비로 G20 성공 개최를 뒷받침’이라거나, ‘연평도 포격 사건 유언비어 유포자 조기 검거해 사회 혼란 차단’, ‘집회 시위 패러다임 전환으로 선진 법질서 확립’ 등에 이르면 좀 자화자찬, 자기자랑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 병력이 이미 바닥에 나뒹굴어 공격력과 저항의지를 거의 대부분 상실한 여대생의 머리통을 군화발로 걷어차는 동영상이 유포돼 충격을 준 것이 불과 오래지 않았으며, 금년 들어 이런 수준에서 탈피, 경찰의 시위 진압 문화가 엄청나게 친인권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지에 대해 이견이 없지 않다. 노력을 하는 점은 알고 진압에 나서는 노고도 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 설문에 자랑스레 이걸 항목화 하는 것은 낯간지러울 뿐더러 이런 설문을 기획, 진행 및 집계하려는 자체가 병력을 낭비하는 일이며 이런 점 하나하나가 오히려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조소와 불신을 산다는 점을 왜 모르나 싶다.

그래서 제안하고자 한다. 이런 데 쓸 병력이 순경 한 명인지 1개 중대인지 모르겠으나 그럴 인적 자원이 있다면, 당장 그 병력을 빼서 ‘캣쏘우’ 검거 인력에 배당해 달라고 말이다. 저건 ‘강력3반’에서 여경이 상관들로부터 핀잔을 들으면서도 추적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던 손괴 사범보다 더 악랄한 동물학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 자라고 본다.

   
 
경찰이 바쁘고 힘들다는 일반론은 알지만, 저 설문조사를 관리하는 데 쓰이는 인력과 그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자를 처단하는 동물학대범을 잡는 데 경찰 병력을 필요 이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투입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 같은 이런 설문을 진행하겠다고 기획하고, 결재가 나서 실제로 진행하는 경찰청 본청도 문제이나, 이 같은 병력 재배치를 하는 선택을 흔쾌히 할 생각이 없는 경찰청 본청이라면 그것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찰청 본청이라면, 아무리 우수 인적 자원이 집결해 있는 사령탑이라 해도 이미 영화 속 꼴통 ‘강력3반’만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