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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환은행의 ‘선행’ 계속 이어지길…

전남주 기자 기자  2010.12.10 15: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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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로 이 두 금융사는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럽다. 외환은행 노조가 연일 하나금융의 지분 인수에 대한 규탄을 하고 거리에서는 반대의 명분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길을 지나가다 외환은행 영업점을 봐도 인수합병 반대와 관련된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현재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지난 9일 저녁에 있었던 외환은행의 송년음악회는 1989년 시작해 올해로 22회째를 맞았다. 외환위기(IMF)가 닥쳤을 때도 이 음악회는 중단되지 않은 외환은행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클래식 공연치고는 값이 싸지만 수준 높은 출연진 때문에 교향악의 문턱을 크게 낮춘 공연으로 꼽힌다. 또한 이 공연의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된다.

최근 모 카드사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국내로 초청해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 ‘세계적 스타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비싼 돈을 내서라도 보겠다’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킨 것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날 공연장에는 예년에 비해 외환은행 직원들의 모습이 많이 줄었다. 아마도 최근 일련의 일들 때문에 참석을 하지 못한 것 같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이날도 빠지지 않고 부인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지만 공연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최종인수를 위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이렇게 뜻 깊고 좋은 음악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전통 있고 의미 있는 공연에 환호와 갈채를 계속 보내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인수 주체인 우리의 기업문화가 월등히 낫고, 피인수 주체의 문화는 저급하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논리는 안된다.

‘인종의 용광로’와 ‘인종의 모자이크’라는 말이 있다. 미국으로 간 많은 이민자들은 그 나라의 문화와 가치관에 따라야 해 자신들의 것을 잃었다. 용광로에 담긴 쇳물을 하나의 틀에 넣는 것과 같아 이 같은 말이 생겼다. 때문에 다문화, 다인종이 서로 융합되지 않고 사회적 갈등이 생긴 부작용이 있다.

   
 

반면 다문화로 이뤄진 캐나다는 각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의 생각과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국가가 원하는 큰 틀의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각각의 색과 모양은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그림이 되는 모자이크와 같다.

이날 공연처럼 불협화음이 아닌 아름다운 선율을 위해서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비롯한 서로의 기업문화를 교차 체험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전통과 의미가 있는 기업문화를 계속 이어간다면 상호간의 이해와 신뢰가 두터워지지 않을까.

전남주 기자 / 프라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