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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평화 지향 논리로 접근해야”

[인터뷰]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태준씨

전남주 기자 기자  2010.12.10 11: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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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안보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을 겪으며 국가안보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증가했다. 국회는 2011년 예산에 국방비를 대폭 늘리는 안을 통과시켰고, 국민들은 의도적으로 병역을 기피한 연예인 등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지난 2002년 국민적 관심밖에 있던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운동을 시작해 국민의 관심과 호소 그리고 인식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을 한 이태준(28·서강대 중문과)씨를 만나봤다.

- 군 입대를 거부한 계기가 있나? 그리고 언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 한국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슈화가 많이 됐던 2002년부터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그런 것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시민들을 만나 대체 복무제 등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를 돌이켜 보면 지금 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 못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보면서 군대에 가는 것을 심각히 생각을 해 보게 됐고, 우리나라 군대의 파병의 기억을 통해서 대한민국 군대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인가 생각했다. 또한 지난해 용산참사를 접하면서 국가 공권력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일을 자행하는 공권력에 충성을 바치는 게 옳은 행동일까 고민이 많았다.

-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사태를 통해 군복무 연장과 안보논리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다면 비판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는지.

▲ 이 운동을 전개해 오면서 비판은 항상 따라 다녔다. 면전에 대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인터넷 댓글들을 통해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비판을 가하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내 생각과 선택 자체에 대한 정당성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비판에 대해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어떻게 설명시키고 이해시키나.

▲ 이런 비판들을 접했을 때 드리는 답변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나는 평화체체에 대해 고민 없는 안보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사태도 원인 자체가 어디서 파생됐는가를 싹둑 잘라내고 보면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연평도(사건)도 북한이 잘못하고 사과를 받아야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평화협정체제로 이행되지 못한 휴전체제이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들어서 시행해 온 햇볕정책, 공동선언 등 북한과 합의해온 사항들이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걸 이명박 정부가 이행 책임을 방기해 왔고, 경색 국면을 조장해 온 상황의 결과물이 연평도 포격 등이 아닐까. 지금 우리가 필요한 건 안보논리 강화보다는 이번 정부 들어 방기돼 온 한반도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데 있다.

병역이라는 것이 자위라는 시민들의 필수적 의무로 부각되기 보다는, 대다수사람들에게 자유권 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민주적이고 남성우월적인 문화의 온상이기 때문에 이런 문화는 언젠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가족, 친구 그리고 주변사람들 반응은?

▲ 일종의 커밍아웃을 하는 셈인데,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이 욕을 하거나 심하게 말리려곤 하지 않았다. 지인들은 걱정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물론 가족들은 좀 달랐는데 아버지께서는 이해를 못하셨다. 그분께서는 군대도 다녀오셨고, 당신이 살아온 세월의 문화라든지 지금보다 더 그런 것에 대해서(이해를 못 하는 시대를 살아오셨고) 아들에 대한 걱정도 하시고. 하지만 나는 ‘차별이나 배제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 이후, 활동은 주로 어떻게 하나?

▲ 같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 단체에서도 활동을 하고 사회당에 몸담고 있으니 그쪽을 통해서도 활동하고 있다. ‘병역 거부자 이태준’이라고 했을 때 개인으로는 파워가 강하지 않다. 하지만 냉전 논리가 많이 지배해온 한국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현실적인) 점에 대해 동의할 수 있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

   
이태준씨는 최근 북한 도발 사태는 이명박 정권이 한반도 문제에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 도움을 호소하거나 찾아오는 사람들 있나?

▲ 나보다 어린 사람들 중 고민하는 사람이 꽤 된다. 주로 학생들이다. 개개인마다 이유가 다를 수 있지만, 평화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군대가 갖는 상명하복의 문화를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군대를 거부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군대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평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 최근 의도적으로 병역기피를 한 연예인에 관한 이야기 나오고 격한 반응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의견은?

▲ 그런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군복무 당시 강요된 것을 인내했다는 심리가 강한 것이다. 때문에 부자나 연예인이 병역을 안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심리들이 종합적으로 모여 병역 거부자들에게 거울효과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 제도권 진입을 통해 평화가 더 뿌리 깊게 자리 잡는 사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제도권 진입이라는 유의미한 방법 하나를 오히려 스스로 줄이는 게 아닌가?

▲ 제도권 진입만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렸다. 386세대의 모습만 봐서도 입증되지 않았는가. 스스로 보폭을 줄인다는 것은 지금 내가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지금 현실의 문제에 직면해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개선하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때문에 항상 뭔가 굽히거나 그러면 정작 싸워야 할 때 못 싸운다고 생각한다. 내 삶의 ‘지향’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 양심적 병역 거부를 택했는데 이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양심적 병역거부가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잘 봐 달라는 말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해 온 말이라 다시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보수 세대들과 지금 젊은 세대들은 평화적 관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폭력적 방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아래에서부터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민족주의적 햇볕정책 지지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이분법적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감옥 갔다 와서 인생이 암울할 것이라는 고민보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진 및 지원=임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