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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총수의 ‘비행기 안목’을 파헤치다

[심층분석] 문제 많은 A380 선택 이유는?…‘비운의 MD11’ 도입 반복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09 16: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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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하늘처럼 끝없는 항공경영 의욕이 경제위기 여파 속에서도 타오르고 있다. 조 회장은 선친 조중훈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 경영에 전력해 왔으며 세계 유수 항공사와 경쟁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 발판을 구축하고자 전력질주 전략을 구사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저돌적인 전략은 국제항공기테러 위협 상승이나 세계 금융위기 등 여러 국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면면히 유지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좋은 예는 알카에다 9·11테러로 인해 세계 항공업계가 얼어붙었을 때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요 확장을 내다보고 사업을 펼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조 회장은 에어버스사에 최첨단 항공 기체이자 ‘하늘의 궁전’으로 불리는 A380을 대량 발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다. 물론, 조 회장의 이 같은 경영전략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영계나 학계 인사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A380 대량 도입에 대해서는 의문과 염려를 갖는 이가 적지 않다.

◆엔진 불안에 주기장 문제 등 우려 상승

호주 콴타스항공에서 도입한 A380에서 에어버스사 엔진이 불안하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한항공의 A380을 찬탄의 눈길로 바라보던 국내 항공계 내외의 눈길은 불안한 흔들림을 담게 됐다.

   
대한항공을 일으킨 고 조중훈 회장의 뒤를 이어 항공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들어온 조양호 회장. 하지만 A380 문제로 향후 시험대에 서게 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호주 콴타스의 도입 기종은 영국 생산 엔진으로, 자사 도입분은 미국회사의 엔진을 택하였으며, 이로 인해 안전 우려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에 와류 문제 등 다른 문제들도 제기된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즉 일정 크기 이상의 건물이 서 있거나 기체를 고속 비행하는 경우 그 주변 기류 발생으로 인해 주변에 강한 공기 흐름이 형성되게 되는데, A380의 경우 국제적인 관제에 따라 항로를 유지해 다른 항공기들과 노선을 지정한다 해도 불안한 영향을 타 기체에 미칠 수 있다는 의혹이 있다.

더욱이 육상에 계류할 때에도 다른 기체에 비해 전장(총길이)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날개가 길어 다른 비행기의 주기 공간을 침해, 공항의 운영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한나라당 조원진 의원 지적 등)됐고,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제외한 공항에서는 이 초대형 기체를 받을 수 있는 주기장을 갖고 있지 못해 기상악화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제3의 착륙장을 찾는 데 애로가 클 것이라는 점도 숙제로 남아 있다.

◆경영은 알아도 항공미래는 모른다? ‘구식 3엔진 MD11’ 전철 우려

이 같은 문제점들은 미시적인 문제들을 많이 낳았다는 비판론은 물론 ‘조 회장이 경영은 알아도 항공 백년대계를 짚을 혜안은 아직 뜨지 못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 우리 재계와 국민 전반에 낙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회장은 오랜 기간을 염두에 두고 운영해야 하는 항공사업을 오래 들여다 본,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인물. 선친의 뜻에 따라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인하대에 입학, 공업경영학을 전공하고 이후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과 객실운영, 일반경영 등이 모두 어우러져야 하는 회사를 잘 융화시켜 왔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회사를 세계 톱 수준으로 굳히기 위한 수를 두다 이번 A380 도입이라는 무리수를 성급하게 선택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는 것. 즉, 검증이 안 된 기체에 모험을 걸기에는 대한항공의 미래와 딸린 식솔이 너무 많고 회사 덩치도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졌다는 점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과거에도 대한항공은 기체 도입에 무리수를 뒀다가 큰 손실을 입은 경험이 없지 않다. 즉 1991년 대한항공은 맥도널더글러스사(후에 보잉사에 흡수)에서 MD-11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이때 도입 기종은 MD사가
   
대한항공이 한때 도입, 운용했던 기종 중 하나인 MD-11 기종.
DC-10 기종의 후속 기종 도입 필요성은 물론 대형화를 내다본 저돌적 시장 선점을 위해 내놓은 역작이었다.

일본항공(JAL)이 1990년 4월 10대의 대량 발주를 하기로 발표하는 등 대한항공과 발주 경쟁이 붙기도 했다. 발주는 대한항공이 늦었지만, 실제 도입은 대한항공이 더 빨라 이 기종을 보유한 것은 대한항공이 아시아 최고가 됐던 것으로 당시 언론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처럼 한일간 MD-11 도입 전쟁, 더 나아가 아시아 항공시장 분할 전쟁은 문제의 기종이 사고 기종으로 낙인찍히면서 오히려 짐이 됐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후에도 이 기종을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으로 하여 성공적으로 운용했고 일본도 이 기종을 이 같은 악평에도 불구, 도입 후 장기간 애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이 기종이 사고 기종으로 평가받은 점도 어느 정도는 억울하다는 비판도 있다. 즉, 2002년에 나온 ‘100만번 비행당 치명적 사고 발생률(FER: Fatal Event Rate)’ 자료를 보면, 콩코드가 12.5로 가장 높았고 브라질의 엠브래어 반데이란테 3.07, 에어버스 A310이 1.59, MD-11은 1.27 순이다(FER은 우발적 사고나 승객ㆍ승무원 또는 비탑승자에 의한 고의적 납치 파괴 군사행동으로 탑승객이 1명 이상 사망하는 경우를 표시).

하지만 대한항공은 1999년 MD-11 기종으로 4856시간을 조종하고 무사고 5000마일 표창을 받은 베테랑 조종사(고 홍성실씨)마저도 MD-11 사고(중국 상하이)로 잃는 등 적잖은 고통과 이미지 추락을 감수해야만 했다.

왜 그런가? 이 같는 MD-11은 대형화 경향을 읽기는 했지만, DC 계열 전철을 밟아 꼬리에 하나 달고 날개에도 엔진을 다는 이른바 3엔진 시스템을 답습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실제로 이후 기종 발달사를 보면, 3엔진이 아니라 각 날개에 2개 엔진을 다는 4엔진 시스템으로 대형기 발전을 도모해 왔고 초대형기로 이행하는 게 항공기 설계의 메인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같은 항공업계의 흐름을 도외시하고 아이템을 잡은 것이라는 뒤늦은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A380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이 잔반처리반이 될 가능성’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러우나마 나오고 있다. 
 
금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껏 에어버스와 보잉으로 양분됐던 항공기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즉, 앞으로 초대형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형 비행기를 다량 제조하는 쪽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다.

일례로 봄바디어는 150석 정원의 새로운 항공기 C시리즈(C Series) 개발에 나섰다. 이는 보잉의 737기나 에어버스의 A320기보다 연료효율성이 15% 높다. 지난해 유럽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스위스 자회사에서 이용하기 위해 30대의 C시리즈를 주문했다.

브라질의 항공기 메이커로 기존 보잉-에어버스 양분 체제에 도전하고 있는 기린아 엠브라에르 역시 이 같은 추세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즉, 조 회장과 대한항공의 A380 도입 문제는 각종 자잘한 문제들 외에도 이처럼 큰 줄기를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어, 대한항공으로서는 MD-11 문제의 와신상담을 위해서라도 이번 문제를 빨리 점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