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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의 A380 선견지명? 하지만…

대한항공, 프랑스 에어버스기종 10대 도입계획…‘미검증 기체’ 논란

전훈식 기자 기자  2010.12.09 15: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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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10년 10월 프랑스 에어버스사로 기자단을 이끌고 간 대한항공. 그들은 오는 2011년 5월에 첫 A380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총 1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당시 조 회장의 선견지명이 A380도입으로 새로운 VVIP 서비스를 제공해 명품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에어버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최신첨단기종인 A380이 지난 4년간 3번이나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3년 세계적인 항공업계 불황에도 A380 도입을 강행했던 조양호 회장의 ‘판단 미스’란 말과 함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는 조양호 회장의 A380에 대한 '선견지명'이 정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3년 A380 항공기 구매 관련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에어버스 존 리 부사장이 참석해 구매계약서에 서명함으로써 A380 도입을 실제화 시켰다.

A380은 유럽연합(EU) 에어버스가 제작한 2층 구조의 초대형 항공기. A380은 ‘날아다니는 특급호텔’, ‘구름위의 특급호텔’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프리미엄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루프트한자·에미레이트·에어프랑스 등 세계 유명 항공사들이 서둘러 A380을 도입했으며,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될 정도로 A380에 대한 주문이 폭발적으로 이뤄져 보잉사와 비슷한 시장구도에서 조금 더 앞서 나가는 발판을 만들어가는 한 획을 긋게 된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선견지명이 유례없는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항공시장에 A380을 적기에 들여올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대한항공만 “A380 전혀 문제없다” 주장

A380은 상업 운행을 시작한 이후 4년 동안 무려 세 차례 사고가 있었다. 두 번은 연료펌프와 엔진에서 중대한 결함이 나타났다. 지난 11월3일, 싱가포르에서 시드니로 향하던 콴타스 항공 소속 A380은 엔진고장으로 싱가포르로 긴급 회항하는 소동을 겪었다. 호주 교통안전국(ATSB)에 따르면, 사고원인은 영국 롤스로이스의 엔진 ‘제작 결함’으로 밝혀졌다.

A380엔진에는 미국 ‘엔진 얼라이언스’사 GP7200엔진과 영국 ‘롤스로이스’사 트렌트900엔진이 있다. 물론 항공사들은 자사 A380에 장착될 엔진을 직접 선정하게 된다.

사고원인으로 밝혀져 전부 교체된 ‘롤스로이스’사 엔진은 루프트한자·싱가포르항공·콴타스항공 소속 A380에 장착돼 있고 운항 대기전인 항공사는 영국항공(British Airways), 중국남방항공, 말레이시아항공, 타이항공, 버진애틀랜틱항공 등이 있다.

반면, 대한항공 A380에 장착될 ‘엔진 얼라이언스’사 엔진을 사용한 에어프랑스, 에미레이트항공이 현재 운항 중이며 에티하드항공은 도입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에어버스A380은 내년 5월을 시작으로 총 10여대가 도입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얼라이언스사의 GP7200 엔진에 대해 “안전성이 높을 뿐 아니라 기존  엔진에 비해 연료를 1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소음과 유해 배기가스를 최소화한 친환경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1호기를 일정기간 함부르크에서 기내 설비 및 좌석 설치, 도장 그리고 시험비행을 거쳐 결과를 확인 후에 도입할 예정으로 성능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8년2월 연료펌프 이상 문제와 지난 11월 콴타스 항공 소속 A380 엔진 폭발 등 잦은 사고 발생은 전 세계적으로 A380이 아직 미검증 된 기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 같은 해명만으로는 우려를 전부 불식시킬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A380 기상 이변시 국내 회항 공항 없어

더욱이, A380 기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천·김포공항에서 기상이변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회항할 공항이 없다는 열약한 여건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말은 조 회장이 선견지명으로 새로운 명품서비스를 노리기는 했지만, ‘인프라’를 계산에 넣지 않는 치명적 실수를 했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야기다.

지난 11월22일 한국공항공사와 대한항공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최근 인천·김포공항 외에 제주·김해·무안·청주공항 등 지방공항은 A380 같은 항공기가 이착륙 기준에 미달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수도권에 위치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폐쇄될 경우, 국내엔 갈 곳이 없어 A380은 중국이나 일본으로 회항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A380과 같은 초대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려면 활주로 길이 최대 3350m, 폭 60m가 확보돼야 한다. 또 주기장(항공기 주차장) 가로·세로 폭은 80m 이상, 항공기 이동 도로인 유도로 폭은 25m 이상, 활주로 포장강도는 약 67RB(콘크리트기준) 이상이 돼야 한다.

국내 대표 지방 공항인 김해공항은 활주로 길이 3200m, 유도로 25m, 포장강도 55RB 수준으로 기준에 미달이다. 시설을 대폭 보완해야 초대형 항공기 회항이 가능하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대형기가 이륙할 때 목적공항 기상체크를 정확히 확인하고 출발하며, A380과 같은 대형기는 바람과 비로 운항에 무리가 없다”며 “또 올해 A380이 김포공항을 회항지로 이용한 사례가 없고 대한항공 A380은 아직 정기 취항도 진행하지 않는 상태에서 회항공항이나 주기장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운영비 효율을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A380같은 경우 사고 위험이 있고, 게다가 우리나라 같은 경우 비상 착륙 등도 어렵다는 ‘이중고’가 존재하는 셈이다.

비행기는 아무리 정비를 잘한다고 해도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A380이 완전무결한 기체가 아니고서야 이 같은 안전 우려는 결국 대한항공이 그간 쌓아온 안전지상주의의 금자탑이 무너뜨리는 계기로 작용될 수 있고 조 회장의 ‘선견지명’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국내사정을 고려치 않은 도입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