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채업자도 초상집에는 돈 받으러 가지 않는 법인데..."
화순군과 군의회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갈등의 중심에선 전완준 화순군수가 이 같이 말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송장에는 칼질 하지 않은다"는 말을 자주 쓴다. 법의 판결을 받거나 고인이 된 사람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선 굳이 기사화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전 군수의 발언은 기자들이 자주쓰는 말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 전 군수는 선거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받았으나,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돼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래저래 심기가 대단히 불편한 상황. 이같은 불편한 심기를 건드린 것에 대한 섭섭함을 이말로 대신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 군정 질의에 나선 문행주 의원이 전 군수를 향해 "연초에 시행돼 오던 순회 업무보고를 연말로 앞당긴 것이, 군수님의 개인사정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
이에 대해 전 군수는 "질문시간이 20분 이내인데, 특정 의원들이 20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조례 등의 절차를 준수해 달라고 의장에게 요청했다. 그렇지만 전 군수의 발언은 문행주 의원 발언에 대한 섭섭함의 표현이었다. 특히 의사진행과 개인신상을 결부시킨 발언이 전 군수의 화를 돋궜다는 것이 의회와 집행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도 내년 본예산안의 제안 설명자를 놓고 갈등을 빚었었다.
조유송 군의회 의장은 “추경예산안은 기획감사실장이 제안설명을 해도 되지만 본예산은 군수가 제안설명 해야 한다”며 군수에게 2010년도 본예산 제안설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본예산안 제안설명은 기획감사실장이 해왔던 전례를 깨고 군수가 직접 설명할 것을 요구, 집행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의장직권으로 정회를 선포하기도 했다.
통상 이같은 전례를 깨는 상황에선 집행부와 사전 조율이 이뤄지고, 이에앞서 의원들간 협의가 우선이다. 하지만 이날 의장의 발언은 사전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B모 의원은 “사전 의원들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보기엔 이번 화순군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이 왠지 빈약한 명분에서 시작한 것 같다. 사소한 신경전쯤으로 여겨진다. 이번 갈등의 당사자들은 누구를 위한 의회인지.집행부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자숙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