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정·재계 불만 화약고에 붙붙인 FTA추가협상 발표

정치적 이벤트 효과보다 정권에 다각도 마이너스 효과만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2.05 11:54:2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미 양국이 3일 타결된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국은 큰 파장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권 반환점을 돈 이명박 정부로서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노정된 갖가지 문제들로 인해 오히려 이번 추가협상 타결이 정치적 동력원으로 작동하기 보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장고 끝 악수(惡手)'를 둔 게 아니냐는 줄타기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작은 것 주고 큰 것 얻었다? 부문별로 이기주의 표출될까?

무엇보다 이번 재협상 문제로 각 산업직역별로 이기주의를 표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계 전반, 그리고 국민 여론 및 사회 통합의 계기로 활용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3일 밤 미국 정부가 일부분을 미리 발표하고 5일 우리 정부 당국이 공식 발표한 바를 종합하면, 이번 투가협상에서 한국과 미국은 돼지고기 관세철폐 시기를 2014년에서 2016년으로 2년간 연장, 우리 측은 농축산업계 이익 보호라는 이익을 보게 됐다.

하지만,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였던 자동차 분야에서 이번에는 뼈아픈 패배를 감수했다. 지난 협상 당시 얻었던 협상 이익 이상의  반대급부을 이번에 내주게 돼, 자동차 업계 등 관련 산업계의 실망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모든 승용차를 대상으로 상호 4년 후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해 미국은 관세 2.5%를 발효 후 4년간 유지한 후 없애고 한국을 발효일에 관세 8%를 4%로 인하해 이를 4년간 유지한 뒤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승용차 관세는 한·미 FTA가 2012년 1월1일 발표될 경우 2016년 1월1일부터 없어진다.

이 와중에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추가협상 타결로 향후 대미(對美) 섬유수출이 연간 1억80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5일 밝히고 나서는 등, 산업계가 이해득실에 따라 갈라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 분야별로 첨예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을 구심점으로 해 이번 추가협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재계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에는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적잖은 무리가 따를 전망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는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거둬온 지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경제적 회복 지표들이 향후 상당 부분 느려질 가능성과, 환율 효과 등이 사라질 부담감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이번 상황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벤트를 벌이는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불만을 상승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 등에 비준거부 명분 제공, '여당에는 부담만' 與내부 불만 증폭 가능성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추가협상 추진과 그 종결에서 이명박 정부가 상당한 위신 손상을 입었다는 데 있다.

미국은 우리 협상단이 추가협상을 마치고 비행기를 탄 이후 브리핑 등을 통해 내용을 일부 공개해 버리는 상황을 연출했다. 상당한 외교적 '걸례'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이는 이른바 '국격'을 상당히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에는 엄청난 손실로 작용할 것이며, 이번 정부가 미국에 그간 보여온 각종 협조적 태도가 결국 전혀 외교적 역량 강화에 순기능으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편한 진실'을 고스란히 입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11월 제 1 야당인 민주당이 한국과 미국 정부당국간의 FTA를 둘러싼 '밀실협상' 논란을 주목하면서 당론으로 국회에서의 비준 반대를 정하는 등 대치 정국을 조성하려는 데 명분 공급을 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져 주목된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이 미국측의 조기 발표 및 재협상 내용상 문제 등을 놓고 논평을 통해 적잖이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미 진행 중인 비준 반대 상황에 강도를 높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울러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양국간 FTA를 왜 거부하느냐는 마지막 족쇄를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홀가분하게 벗겨 준 셈이어서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기에도 용이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당인 한나라당이 정부와 빠르게 결별하는 수순을 밟을 계기로 이번 추가협상 논란이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정·청 회동이 개최되는 등 추가협상 타결과 이후 수순을 논하는 자리가 열리는 등 한나라당에서도 정부 당국을 돕기 위한 움직임에는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권 들어 여당을 정부와 대등한 파트너로 보지 않고 통보의 대상이나 거수기 정도로 인식한다는 불만이 잠재적으로 쌓여 왔다. 여당 출신인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의 돌발 발언 경향 등은 개인의 입지 확보를 위한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이같은 정치적 불만감이 정부를 향해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번 추가협상 타결을 기회로 여권 인사들의 이같은 성향 표출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번 추가협상 타결은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 등 독소 조항 배제 추진 문제 등에서 이미 드러난 각종 무능력을 극대화해 증명하면서 끝난 셈이고, 이같은 상황은 도움이라기 보다는 부담으로 현정권에 작용할 공산이 더 크다. 이에 따라 정치적 혼란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각종 논쟁을 빚으면서 연말 한국을 혼선에 빠뜨릴 촉매로만 기능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