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매년 11월은 유독 연예계에 잔인한 달로 인식돼 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오던 연예인들에 자살소식이 꼭 겨울쯤이면 심심찮게 요동을 쳐 왔던 탓이다. 하지만 지난 11월은 주식시장이 유독 시끄러웠다.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은 아일랜드발 유럽 재정위기 소식과 중국의 통화 긴축 소식 등에 조금씩 깨어지더니 이내 북한의 포탄 세례로 녹다운이 됐다. 최근엔 금융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까지 불면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연말이면 으레 쏟아지는 업종별 전망은 대개의 경우 긍정적이다. 지난 11월의 각종 악재들도 한풀 기세가 꺾이면서 12월 중순 이후엔 훈풍 소식 중심의 전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새해엔 특히 증권업종이 유망주로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곳이 다름 아닌 동양종합금융증권이다. 현대그룹 인수전에 뛰어든 여파 때문에 그 타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처럼 보여서다.
2008년 이후 금융위기 여파로 시중유동성 상당 부분이 안전자산 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을 증권사 입장에서 보자면, ‘증권사 일거리가 대폭 준 셈’이다. 하지만 2011년은 증권사에 훈풍이 불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업 활동의 성장 등으로 시중유동성이 위험자산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런 기대치가 맞다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증가할 것이고, 자연스레 증시상품 판매 증가 현상이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증권업계는 이런 예상에 기대를 모으면서 최근엔 2011년 수익성과 관련해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을 최우선주(Top picks)로 꼽기도 했다.
이런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하위 수준에 머물거나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 증권사도 있다. 소규모 증권사나 국내에서 겨우 자리매김하고 있는 해외증권사가 아니다. 각 부문별 1위 자리에 곧잘 오르며, 한 땐 ‘국내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달리기도 했던 동양종합금융증권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동양증권의 내년도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동양증권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가담하면서 가치가 하락했다고 보는 시선 때문이다. 한 증시 연구원은 “그룹 자체에 재무구조도 위태로운데 현대건설 인수에 재무적 투자로 나섰다”면서 “내년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예상조차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동양증권은 재무적투자자(FI) 형태로 현대그룹에 최대 7000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인수전에 가담하면서 자금부담에 대한 우려를 뒤집어쓰고 있다. 부동산 PF에 대한 충당금 적립에 대한 걱정거리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1년 시장 전망에서 증권업계는 장밋빛 전망으로 기대감을 안고 있는데 유독 동양증권만은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현대건설 인수전의 한 가운데에서 외환은행이 현대차그룹은 물론 범현대가로부터 ‘돈 빼가버리겠다’는 압박을 받는 것은 어쩔 도리 없는 일이겠지만, 자의로 인수전에 덤벼든 동양증권은 지금 무슨 고생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