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이 한일 양국에서 열린 ‘반쪽 월드컵’이었던 까닭에 사상 첫 월드컵 유치에 도전했다.
그러나 2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메세 첸트룸에서 열린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한국은 중동의 카타르에 고배를 마셨다. 2018년 월드컵 개최지는 러시아로 결정됐다.
한국은 호주와 일본에 이어 3차 투표에서 탈락, 두 나라가 오르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왜 우리나라가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탈락했는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년 만에’ 우리나라가 또다시 월드컵 개최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애시당초 ‘무리수’를 둔 행동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설령 ‘반쪽 월드컵’이었을지 몰라도, 외국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한국이 또 월드컵에 도전하는지 이해가 안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는 ‘선전’한 셈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월드컵 개최에 ‘올인’을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2022년 월드컵 유치 가능성은 몇몇 언론들의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무척 낮아 보였다.
한국은 이번 유치 설명회를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강한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현지에서 전혀 어필하지 못했던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현실은 연평도 남북간 교전으로 양국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 강국들로부터 전쟁 분위기마저 조성되고 있어 사실상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표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즈와 영국의 한 베팅업체는 투표를 앞두고 우리나라에게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어수선한 국내 문제로 정신이 없었던 까닭에 현지에 ‘올인’할 수 없었다.
호주는 홍보 동영상에 줄리아 길러드 총리를 등장시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고 카타르의 경우 모자 왕비가 직접 발표자로 나섰으며,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홍보 영상에 등장했지만 우리는 이와 180도 동떨어진 행보를 걸었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국내에서 월드컵 유치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카타르는 국왕이 직접 비행기를 타고 직접 집행위원들을 설득하러 다녔다. 또 2018년 월드컵 개최국이 된 러시아도 국가적 지원이 대단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 혼자서 유치전을 치렀다는 ‘정몽준 고군분투론’ 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각 언론마다 유치전 실패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답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어떤 의도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분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모두 틀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표심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물밑 전쟁’이 펼쳐졌을 것이고, 다시 말해 유력한 후보국을 비하하고 평가절하했을 가능성이 존재하다는 뜻이다.
일본이나 미국 등 이번 유치전에 도전한 강국들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에 대해 과연 어떤 설명을 했을까.
투표 당일인 2일, 국내 언론도 아닌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경기도 포격설까지 보도하면서 북한 추가 도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kbs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