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객중심·고객정보보호·고객가치 제고를 지향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이하 SKB)지만 고객들에 대한 배려엔 무척 인색한 듯하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이 SKB의 ‘분주하고도 집요한 전화’ 때문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또 반복해서 걸려오는 영업전화도 문제지만, 보이스피싱이 SKB의 회선을 타고 들어오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어 보안책임의식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SKB는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지만, 전혀 고객 중심적이지 않은 영업 행태나 무책임해 보이는 보안의식 때문에 빈축을 사고 있다.
1997년 설립 이후 전화사업자로 선정된 하나로통신은 2004년 12월 하나로텔레콤로 사명을 바꿨다. 2008년 3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지분 43.59%를 인수했고 같은 해 9월 SKB가 탄생했다. 이렇게 출발한 SKB는 KT와 치열한 ‘망’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0년 SKB의 3/4분기 전화가입자 수는 13만9000여명. SKB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든 애를 쓰고 있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 SKB의 ‘망 확대정책’에 뒤따르는 고객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정보유출 피해 심각
‘SK브로드밴드로 인터넷을 변경하시면 30만원의 사은품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받아봤을 SKB의 전화영업(텔레마케팅, 이하 TM) 멘트. 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가 고객들에게 피로감을 넘어 심한 불쾌감마저 주고 있다.
일산에 사는 김미숙(주부, 54세)씨는 2009년 9월 SKB로부터 ‘사용 중인 인터넷을 SK브로드밴드로 변경하시면 현금 30만원을 드립니다’는 TM을 처음 받았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김씨는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김씨는 SKB로부터 수시로 걸려오는 TM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집전화 자동응답기에도 똑같은 영업멘트가 녹음돼 울리는 통에 김씨는 SKB 영업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다고 하소연했다.
참다 못한 김씨는 일주일동안 걸려온 번호를 모두 적어 SKB 고객센터에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알려주신 전화번호에 대해선 조치하겠지만 다른 전화번호는 조치가 어렵다”며 각양각색의 번호로 걸려오는 SKB TM에 대해 모두 책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김씨의 피해사례처럼 SKB의 TM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해는 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광주지방법원은 홍 모(41세)씨가 SK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TM 피해자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최초 사례였다. 물론 이 부분은 과거 개인정보 유출자로 인한 배상이지만 개인정보를 통한 과도한 TM 피해를 인정한 것이다.
SKB TM 피해는 상당부분 고객정보유출과 연관성이 깊다. SKB는 자사와 제휴를 맺은 업체들과 개인정보를 공유하는데, 이 개인정보들을 TM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SKB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상운(28세, 가명)씨는 “고객이 가입할 때 작성한 개인정보활용동의서에 서명하면 스스로 정보 유출에 동의한 것이 되는데, (SKB 고객지원)센터에 전화하면 상담직원들은 ‘방법이 없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클레임이 심한 고객에게도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한다고 해도 소용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 때문에 한번 당한 고객들은 SK브로드밴드에 등을 돌린다”고 말했다.
'개인정보활용동의서'는 고객의 거부권이 존재하지만, 기업에서는 가입이나 명의변경을 위해서 필수사항 지정했다. |
더 큰 문제는 개인정보가 SKB 뿐 아니라 다른 곳으로까지 무분별하게 나돌고 있다는 데 있다. SKB는 “유치유통망에서 무작위로 연결되기 때문에 100% 차단은 없고, 따라서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TM이 여러 경로를 통해 무분별하게 고객에 집중되더라도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SKB 망 타고 들어오는 보이스피싱
지난 11일 한밤중 새벽 2시, 수원에 거주하는 강은미(51세, 주부)씨는 “카드 분실하셨죠? 당장 통장의 돈을 이체하세요”라는 전화를 받았다. 잠결에 받아 정신이 없었지만 목소리와 말투가 수상해 이름과 수속을 물었지만 전화는 끊겨버렸다. 틀림없는 보이스피싱 시도였다. 강씨는 날이 밝자 걸려온 전화로 연결 시도했지만 없는 번호였다. KT로 확인해본 결과 이 번호는 어이없게도 SKB가 내준 회선으로 밝혀졌다.
중국 등 해외에서 국내의 인터넷전화를 통해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경우 국내에서는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때문에 이런 방법에 휘말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다면 보상은커녕 범인조차 잡을 수 없는 낭패를 당한다. 그런데 SKB의 인터넷전화망이 보이스피싱에 곧잘 이용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7일, 수신전용 전화 회선을 중국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제공한 박 모(4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800개의 SKB 회선이 범죄에 활용된 것이다. 하지만 SKB는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회선을 훔쳐 쓰는데 우리로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SKB의 입장에 대한 경찰 측 생각은 달랐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송파경찰서 담당 형사는 “해당 기간통신사업자(SKB)는 지난 3년간 수사기관으로부터 해당 회선의 가입자를 확인하기 위한 통신자료 제공 요청만 430여건을 받았다”며 “해당 가입자가 무등록 별정 통신업자인데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SKB와 경쟁사인 KT은 이런 결점을 방지하기 위해 무작위 TM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KT의 경우 무작위 TM은 진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위탁업체에게도 무작위 TM에 대해 각별히 주위를 주고 진행 하고 있다”며 “경찰 측에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한다면 답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SKB의 ‘고속도로론’…“막을 방법 없다”
하지만 SKB 측은 자사 회선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회사 차원에서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SKB 관계자는 “지난 17일에 보고된 보이스피싱사건에 대해서는 경찰 측에서 요청한 것은 맞다”며 “요청자료는 바로 보내줬지만 고속도로를 건설한 업체가 그 위로 범죄 차량이 돌아다니는 것을 알 수 없듯이 우리도 회선을 통해 벌어지는 범죄를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텔레마케팅(TM)에 대해 100% 차단은 없지만 고객이 텔레마케팅 전화번호을 알려주면 영업점에 대해 고객에게 전화가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통신전문가들은 국제전화의 아이디 변경 추적기술을 이용하면 의심되는 전화를 미리 걸러내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의지를 갖고 막고자 한다면 SKB의 회선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