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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人事가 萬事인데 KT는 어쩌려고…

나원재 기자 기자  2010.12.02 16: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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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업의 수장을 흔히들 ‘키를 쥔 선장’에 빗대곤 한다. 그만큼 기업의 존폐에 있어 명확한 목표 의식과 추진력, 그리고 이에 필요한 전문성은 수장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그리고 반대로, 이런 필요 덕목이 부족할 경우 기업의 미래는 당연히 어두워진다. KT를 두고 최근 ‘키를 쥔 선장이 불안하다’는 우려섞인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지난 1일 KT는 그룹 차원의 콘텐츠 전략방향을 설정하고 관련사업의 최적화와 이에 따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김은혜 전 대통령실 대변인을 전무급으로 영입했다. 김 전 대변인이 담당하게 될 임무는 KT그룹의 ‘핵심적인 동력’에 해당하는 콘텐츠 전략이다.

KT그룹에 있어 콘텐츠 전략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KT는 지난해 이석채 회장의 취임 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스타성이 큰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슈메이커로 부각시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를 불러왔고, 때문에 통신사들도 저마다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KT의 이번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직의 핵심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장 때문에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게 뒷말의 주요 골자다. 왜 이런 걱정이 KT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일까.

김 전 대변인의 이번 영입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새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만 핵심적이다. 기자와 앵커, 대변인을 거친 김 전 대변인의 경력이 그룹 콘텐츠 전략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적 시각이 안팎으로 팽배하다. 전문성이 결여된 리더를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라면 당연히 못미더운 마음이 들 게 마련이다. 

일반 직장에서조차 전문성과 명확한 목표 설정, 그리고 위기극복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자질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KT의 이번 인사는 뭔가 역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정치권도 KT의 이번 인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KT 인사발표 당일 성명서를 발표, 정권에 줄을 댄 인사들은 민영기업 낙하산 인사를 철회하고 기업에 대한 인사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위원들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민영화 된 국내 대표 통신민영기업 KT가 이번 정권의 전리품인양 낙하산 인사 집합소로 전락했다.

이 회장 취임 전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비롯해 다수의 현 정부 핵심인사들이 낙하산으로 KT 고위직에 포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은 이번 김 전 대변인의 인사에 대해 “KT가 없는 보직을 새로 만들어 자리를 마련했다”며 청와대-KT-인터넷진흥원으로 이어지는 ‘3각 회전문 낙하산 인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KT는 이러한 주위의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인사에 대해 명확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혹, 바깥 시선이야 어떻든 모른겠다는 입장이라면 오로지 ‘키를 쥔 선장’을 바라보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KT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믿고 따를만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기자는 이를 ‘인사를 잘 하는 것이 만사형통의 지름길’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인사를 그릇 되게 하면 만사가 꼬이는 법’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