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감기로 월차를 내기가 힘들어졌다. 감기 치료에 효과가 탁월한 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약 때문에 고용자는 웃고, 노동자는 울게 됐다. 휴식권 등을 침해받고 있어서다.
동아제약은 소염해열 진통제 ‘판피린큐’의 효능을 알리기 위해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상 마땅히 보장받아야할 월차유급휴가 권리를 침해했다. 동아제약은 해당 제품 라디오 광고에서 감기로 월차를 쓴 사람들을 ‘개념 없다’고 단정 지었다.
문제가 된 ‘월차편’ 광고 내용은 이렇다. ‘젊은 사람들이 감기 걸리는 거 자체가 문제야! 근데 뭐? 월차! 워~얼~차! 어디 월차를 내 개념 없이, 으~슬 으~슬 감기엔 판피린큐….’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 광고가 월차권리를 부정하고 휴식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한다며 문제제기 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패러디했을 뿐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변명했다.
근기법에 따르면 월차유급휴가는 지난 2004년 7월부터 주5일제(주40시간)가 시행된 이후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폐지돼 왔으나, 현재 2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마땅히 보장돼야할 근기법 상의 권리다. 휴식권, 건강권 또한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권리다.
한 번은 실수로 이해하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유사한 일이 또 다시 반복된 동아제약을 어떻게 봐야할까?
동아제약은 앞서 지난해에도 휴식권을 부정하는 판피린큐 ‘관리실편’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아, 나가는 겨?… 요즘 부쩍 감기가 극성인디유, 그럴 땐 출근이구 뭐구 푸욱 쉬~유, 다음날 자리 없어지는 건… 책임 못 지고유~, 그게 힘 덜면 판피린큐가 좋아요’라는 내용이다.
이 광고 내용 또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병으로 인한 휴식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약을 생산하는 제약사가 건강 회복을 위해 환자들의 휴식을 막는다? 아무리 약이 감기에 효과가 좋더라도 이를 강조하기 위해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광고한 제약사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현재 동아제약은 문제시 된 광고 문구를 수정해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수정된 광고 내용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수정된 광고 내용은 ‘요즘 사람들, 감기를 너무 쉽게 보는 게 문제야. 감기 걸려놓고 뭐~어? 데이트~? 키스~? 어딜 감기를 옮기려고 그래! 매너 없이! 으슬으슬 감기엔 판피린큐지!’다.
수정된 광고 내용을 보면 키스로 인해 감기가 옮는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키스와 감기의 연관성에
괜한 것으로 트집 잡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나 제약회사가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상식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 생각한다.
효능이 좋은 약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헤아려진다. 그러나 약효가 좋다 해도 그것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