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준 기자 기자 2010.12.01 01:15:55
물론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이지만, 한나라당이 송영길 인천시장의 '폭탄주 발언'에 대해 - 당시 발언 역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기 때문에 - 초당적 비판을 퍼부었다는 점에서, 안 대표의 이번 발언 역시 '위기의 연평도 정국에서' 세간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준표 최고위원이 안보라인의 병역면제자 ‘정리’를 요구한 상황인 까닭에, 집권 여당 대표가 포탄과 보온병을 구분하지 못하고 국민 앞에서 이른바 ‘아는 척’을 했다는 사실은 더 큰 냉소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 쇠통 발견한 뒤 “포탄입니다 포탄” = 보도에 따르면 안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다음 날인 24일 연평도를 방문해 포격으로 부서진 한 민가에서 쇠로 만든 통 두 개를 발견한 뒤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며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안 대표와 함께 한 육군 중장 출신 황진하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기자들에게 작은 통은 76.1㎜ 같고, 큰 것은 122㎜ 방사포탄으로 보인다고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YTN 취재진에 촬영한 카메라에 따르면, 안 대표가 들고 있었던 쇠통은 다름 아닌 보온병이었던 것. 즉, 안 대표가 최초 발견하고 황 의원의 친절한 설명이 들어간 북한제 포탄은 현지 주민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갖고 있던 보온병인 셈.
이 어처구니 없는 장면은 ‘돌발영상’으로 전파를 탔고 누리꾼들은 이를 확산시키며 한나라당에 대한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누리꾼들은 “기절초풍할 일이 발생했다” “군 미필자는 불에 탄 통만 보면 포탄으로 보이나 보다” “전쟁이 나면 군에 입대하겠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는 등 비판의 글을 남기고 있다.
특히 안 대표가 군복 상의를 입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인이 군복을 입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 민주당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개콘” = 당장 야권인 민주당은 “안상수 대표가 연평도를 방문해 희극을 연출했다”면서 “안 대표는 개그맨이 아니라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할 집권여당의 대표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차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안 대표가 보온병을 포탄으로 착각해 국민을 무안하게 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차 대변인은 “평소라면 그저 웃으며 넘어갈 일이련만 작금의 상황을 생각할 때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분이니 착각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알지 못하면서 아는체하다 구긴 체면이라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더욱이 연평도에 가서 안보쇼를 벌이려다 생긴 해프닝이니 더욱 무안한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북한의 무력도발로 불안에 잠긴 국민을 웃겨보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본인의 직업을 착각한 것이리라”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 안상수 비판 목소리 증폭 왜? = 안 대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지난 2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이라도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무엇이라도 입대해서 같이 싸우겠다”고 말한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병역면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답변한 것인데, 현 상황에서 전혀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
유시민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님, 전쟁나면 입대하는 것은 모든 평범한 국민의 의무입니다. 집권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만들어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참 걱정스럽네요”라고 비판해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한나라당 대표인 안상수 대표 본인이 병역면제자라는 점 때문에 ‘군대’와 ‘병역’에 대한 그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총체적으로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병무청의 공직자 병역사항 자료에 따르면 안 대표는 ‘입영기피’ ‘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병역이행을 미뤄오다 고령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이는 같은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 안상수 “취재기자들이 포즈 취해달라고 해서” = 논란이 증폭되자 안 대표는 “당시 현지 주민이 포탄이라고 가져다 준 것을 취재기자들이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해서 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 역시 <연합뉴스>룰 통해 “안내자가 포탄이라고 설명했고, 화염으로 인한 그을림으로 정확한 식별이 가능하지 않아 포병 출신으로 3성 장군을 지낸 황진하 의원조차도 포탄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발언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