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 대기업을 취재하다 우연찮게 귀에 솔깃한 사연 하나를 접했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스토리가 기자의 귀에 쏙 들어온 것이다. 특히 주인공의 신분이 제법 특이해서 사연을 꼬치꼬치 캐봤다.
어쩌면 별 대수롭지 않은 내용일 수 있지만, 주인공이 이 대기업집단(그룹)에선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터라, 기자가 지금 소개하는 그의 사연이 그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혹은 미쳤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룹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사연을 재구성하자면, 이렇다.
2세 경영을 앞두고 있는 B재벌가 차남 A씨는 B그룹의 한 계열사에 근무하던 중 최근 부서이동을 했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A씨 부서이동의 이유가 그룹 계열사 여직원과의 염문설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들을 두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것이다.
B그룹 내에서 A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황태자’였다. 하지만 A씨는 재벌 2세답지 않은 활달한 성격과 겸손한 태도로 사내에서도 좋은 평판을 얻었다.
A씨와 염문설에 휩싸인 여직원은 사내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는 미모의 소유자라고 한다. A씨와 여직원은 서로 부서가 달랐지만 업무 때문에 만난 이후 A씨의 적극적인 대시로 수차례 데이트를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로맨스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B그룹 오너일가 분위기는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회장 내외가 자식들의 연애나 사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통에 A씨는 집안 통제를 피해 은밀하게 교제를 해야 했다. 집안에선 자식들이 자유연애 보다 괜찮은 ‘좋은 집안’과 혼사를 맺기를 평소에도 강조했다고 한다. 집안 분위기상 A씨와 회사 여직원과의 교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었다.
A씨는 비밀리에 여직원과의 데이트를 즐겼는데, 이 교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여직원은 결국 전 남자친구를 선택했고 이들의 만남은 단순데이트에서 끝나버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씨를 끔찍이 생각하는 오너의 수하들이 A씨 몰래 여직원에게 전화를 해 “소문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라”고 당부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여직원이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였을 정도로 강한 어조였다고. 드라마 속 상황을 연상하면 쉽게 그림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정기 인사시즌이 아니었음에도 다른 부서로 배치됐다. A씨의 부서이동을 두고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적극 육성하는 계열사에 2세를 배치함으로써 2
B그룹 2세경영 수업에 대한 취재를 하던 도중 우연히 알게 된 사연치고는 제법 흥미진진한 뒷담화였다. A씨는 현재 신성장동력으로 취급 받는 계열사에서 경영수업 중이다. ‘여직원과의 염문설’ 때문일까, ‘더 효과적인 2세경영 수업’ 차원일까. ‘오비이락’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A씨의 이번 부서이동이 그의 앞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자에겐 상당히 궁금한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