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글도메인 전화 영업 주의보

[프라임경제] 한글로 쓰는 새 표준국가도메인제가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공공기관과 상표권자가 자신의 한글이름을 도메인으로 쓸 수 있도록 등록 권리를 보장해줄 예정이다. 따라서 정부나 유명 기업의 한글 도메인을 선점해 높은 가격에 팔아보겠다는 얄팍한 상술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한글도메인에 대한 영업제의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함정이 많다. 한글도메인을 써보라는 전화 제의를 받는다면 일단은 경계부터 하는 게 좋다. 기업 웹 프로모션 토탈 서비스기업인 A사의 영업 스타일과 몇가지 문제점을 소개한다. 한글도메인 및 홈페이지 제작 영업 전화를 왜 경계해야 하는지 이유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A사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과 회사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 등으로 이런 저런 뒷말을 낳고 있다. 한글도메인 및 홈페이지 관리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이 회사는 대형통신사의 계열사로 착각할만한 회사명을 갖고 있다. 대기업 영자 이니셜을 그대로 쓰고 그 뒤에 다른 명칭을 쓰기 때문에 이 회사명을 보는 누구라도 ‘아, 이 대기업 계열사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다.

하지만 이 대형통신사와 A사는 법적으로 연관이 없다. A사는 해당 대기업의 경고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회사명의 일부를 쓰고 있고,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사는 대형통신사의 자회사로 오해를 받는 것이 영업에 큰 이득이 되기 때문에 이 이름을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기자는 A사에 대한 몇 가지 소비자 불만을 접했는데, 이 불만 역시 ‘대기업 계열사’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과 다름 아니어서 문제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A사는 한글도메인 제공과 홈페이지 제작 및 관리까지 맡아 처리한다. 하지만 A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딱 여기까지다. A사는 일괄적으로 몇 개의 틀을 가지고 홈페이지를 제작하기 때문에 같은 업종의 회사라면 자신과 비슷한 타사의 홈페이지들을 적잖이 접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메인 구입자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수정하거나 관리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서 홈페이지가 마음에 안 든다 하더라도 딱히 손을 쓸 방법이 없다. A사에 소비자 불만이 접수돼도 보통의 경우 A사는 홈페이지를 새로 디자인 하거나 구축해주지 않기 때문에 2~3년씩 한글도메인 장기계약을 한 고객사일 경우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다.

비슷한 홈페이지가 많아 디자인 등을 교체해달라고 A사 측에 항의를 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 A사 영업사원들은 이런 소비자불만에 대해 “본사에서 담당하니 해당부서에 연락해라” 정도의 안내만 한다. 그래서 본사로 연락하면 “해지는 안 된다”는 견고한 대응이 반복된다. 대기업 계열사인줄 알고 믿고 맡겼다가 이런 대접을 받으면 ‘진짜 그 기업 계열사 맞나’하고 반문하게 되고, 결국은 대기업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선 ‘당했다’는 낭패감을 맛본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 B사는 지난 4월 A사 측으로부터 “한글도메인을 사용해보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A사의 영업사원은 “앞으로 한글도메인을 사용하지 않으면 홈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황당한 말로 영업에 들어갔고, 이 기업은 결국 이 말을 믿고 전화상으로 계약, 한글도메인을 사용했다.

하지만 A사는 만들어준다던 홈페이지 제작도 해주지 않고 기존의 홈페이지에 한글도메인만 링크시키는 등 전화상에서 했던 말을 대부분 이행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B사는 자사의 기존 홈페이지 제작업체 담당자를 통해 A사를 상대로 환불요청을 했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해지를 해줄 수 없다” 혹은 “계약기간 동안 해지는 불가하다”라는 말뿐이었다.

실제로 A사와 이름이 유사한 대형통신사는 A사의 존재를 매우 불편하게 여겨왔다. 물질적 피해가 직접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A사의 영업방식에 불만을 가진 고객들이 해당 대기업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고충이 컸다고 한다.

A사는 지난 2000년 이 통신기업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인연이 있긴 하다. 하지만 2005년 지분처분 등을 통해 대기업과 관계를 정리한 독립법인이다. 이런 인연을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A사는 지난 2007년 대기업 상호를 이용한 영업정지 및 사용불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3회에 걸쳐 경고장을 통해 권고했다. 하지만 개선의 여지는 별로 없이 자사 로고만을 조금 손보는 선에서 그치고 대기업 앞 이름은 그대로 쓰면서 지금도 성업 중이다.

A사와의 한글도메인 홈페이지 계약은 보통 전화상으로 이뤄진다. 영업사원들의 잦은 전화와 설득에 지쳐

계약하는 사람들도 있고, 듣고 바로 계약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런 온라인상 계약은 특히 조심해야 한 다. 홈페이지 제작과 같은 무형 서비스의 중도해지는 대부분 업체 측의 자체규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의 눈엔, A사의 영업행위는 그야말로 법망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갖은 술수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비자피해가 명확한 만큼 관계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