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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간 돈전쟁’에 외환은행 등골 빠질라

[심층진단] 당분간 ‘신한+조흥’ 모델설…조급증 정황 모락모락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1.26 18: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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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금융지주가 또 한 차례 관록있는 금융기관을 삼키려는 모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과거 단자사 출신의 하나은행과 유서 깊은 서울은행의 합병 경험에 이어, 이번에는 외환은행을 론스타펀드로부터 인수하기로 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외환은행 식구들은 크게 긴장한 모습이다. 일단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은 피인수 대상으로 떠오른 데 따른 일정수준의 반응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KB금융과 HSBC 등 여러 번 새 주인을 맞으려다 판이 엎어진 터에 또 한 번 매물로 오르내리게 되자 일종의 노이로제 반응이라는 풀이다.

여기에는 외환은행이 상당한 자체 경쟁력을 갖췄다는 프라이드도 반영돼 있다. 그러나 특히 이번 반발은 파는 쪽도 사는 쪽도 모두 사모펀드냐는 비판과 결부돼 더욱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심
   
결국 사모펀드간 거래가 되는 게 아니냐?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인수 추진에 상당한 의혹을 갖고 있다. 사진은 노조원들의 시위 장면.
지어 외환은행의 1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은행 몸집을 줄여 빨리 팔고 떠나기 위해 현대건설 매각 건을 무리하게 처리한 배후 세력’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즉 론스타 자체가 빨리 청산을 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배분해야 하는 특성상 금융 ‘기관’으로서의 공공적 책임보다는 주주 이익 실현에만 매몰돼 있었다는 평이다.

아울러 이번 현대건설 매각 문제에서 현대그룹이 문제가 있는 자금 확보안을 제시했음에도 빨리 이를 털고 나가고 싶다는 이유에서 무리수를 두게끔 채권단에서 목소리가 큰 편인 외환은행을 배후조종했다는 의혹까지 존재한다. 즉, 매각자를 무지막지한 해외 매판자본으로 보는 평가가 상당히 존재하는 셈이며, 마찬가지로 매수자인 하나금융지주 역시 매번 해외자본이 장악한 사실상 외국계 금융기관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자금을 대출로 정리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종합하면, 사모펀드와 사모펀드간 ‘돈 전쟁’에 외환은행만 놀아난다는 우려다.

◆‘1지주 2은행’ 성공 모델 신한 케이스, 벤치마킹 가능할까

물론, 하나금융지주는 당분간 그룹 내에 외환은행을 그대로 두고 하나은행과 두 은행 체제로 운영하다가 서서히 화학적 통합을 이룬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의 브랜드 네
   
논란의 중심에 선 하나금융 서울 을지로 본사.
임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기 어려운 처지다. 과거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인수를 매듭지은 후에도 ‘한 수 위’인 조흥은행을 삼킨 신한은행을 부러워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로열티가 높은 고급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인수 이후에도 ‘외환은행’명을 그대로 둔 채 2개 은행의 독립 경쟁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3년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했을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2006년 4월1일 ‘통합 신한은행’으로 정식 출범하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효과는 시간적 소모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이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금융위원회는 물론 하나금융지주 본사 건물에 연이어 급습, 시위를 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사실상 이 같은 ‘평화로운 공존’과 이를 거친 뒤 ‘자연스러운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겠느냐는 데 대한 기우가 작용한다. 아울러 그런 결합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과연 하나금융지주에 있는지 혹은 결합의 장기적 시너지 효과가 나기 전부터 고혈을 짜는 불상사가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하나금융지주가 하나대투증권의 고액 배당 논란을 연이어 일으킨 점, 하나은행이 여성직원 승진시 성차별 등을 통해 사실상 가지 쳐내기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논란 등에 뿌리를 박고 있다고 보여진다. 결국 하나금융지주는, 고액 배당을 매번 실시해 성장 동력을 잠식해 온다는 비판까지 받아온 론스타 못지않은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런던까지 날아간 김정태 개인금융 BU장, 외환카드에 ‘탐’?

특히, 근래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매수 협상을 진척한 주요 고위인사들의 면면들을 보면, 이 같은 외환은행의 우려는 기우만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을 수행한 이들을 보면,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 이현주 하나금융 부사장을 비롯, 하나은행의 김병호 부행장 등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이 부사장은 홍보 등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보필을 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김 부행장 같은 경우도 경영관리총괄통이라는 점에서 일단 시선은 김 행장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즉 김 행장은 일의적으로 회장을 수행하는 고위층일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지주가 하나금융그룹 전반의 시스템으로 시행해 온 매트릭스제에서 개인금융BU를 이끌고 있는 인사라는 점이 시선을 끈다.

외환은행은 대기업 중심 기업금융에 강세를 갖고 있고 외국환 업무에 특화돼 있다는 평인데, 인수 작업에서 진척 과정 중 가장 깊숙하게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정작 임창섭 부회장과 같은 기업금융BU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선이 쏠리는 것.

즉, 하나금융지주는 전체적인 시간표를 그림에 있어 오래도록 외환은행이 새 주인의 품에서 녹아들 시간을 줄 여유가 없으며, 과거 부실한 은행간 결합으로 우리금융지주 탄생 과정에서 보듯, 강제적인 기능 떼어내기와 이전 등 퍼즐 맞추기를 할 가능성도 높게 볼 필요가 없지 않아 보인다. 즉 평화은행에 각 은행의 카드 부문을 몰아주고, 평화은행의 은행 부분은 다른 은행에 이전한 다음 우리카드로 만드는 기형적 처리를 했듯, 외환은행에 대해서도 카드를 먼저 떼어내 하나SK카드에 주고 은행의 고급 기능을 흡수하는 상황에서도 상당히 조바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피인수 측인 외환은행 직원들의 안위가 어려울 가능성은 어찌 보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속 가장 오른쪽 인물인 하나 매트릭스의 개인금융BU장이자 하나은행장인 김정태 행장이 론스타와의 매각 협상 무대인 런던까지 김승유 회장을 수행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하나SK카드가 일단 어느 정도 궤도를 찾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통신과 금융간 컨버전스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고, 은행 부문도 4개 지주사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며 고전해 온 점 등을 감안하면, 외환은행이라는 영양식에 하나금융의 각 분야가 특별한 관심을 노출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외환은행 노조를 안심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가장 격렬한 투쟁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점은, 하나금융 쪽이 보람은행, 충청은행 등 수많은 인수합병 물건들을 처리하면서 사실상 기업사냥 기량은 몰라도 관록은 얻지 못했다는 비판마저도 낳는다고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