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노가다 판에서 일이라도 하면 될 거 아냐.”
직장생활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대사 중 하나다. 내용은 이렇다. 직장생활 3~4년차 김 모씨는 회사에서 상사와의 갈등, 불화 등을 못 이기고 홧김에 뒤도 안보고 뛰쳐나왔다. 그러나 곧 들이닥치는 것은 마누라의 잔소리. 할 말은 있다.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 벌면 된다고….
실제로 기자의 지인 중에 이 같은 경험을 예전에 해본 사람이 있다. 물론 길지는 않았다. 아파트 공사현장은 널려 있었고 일용직이기 때문에 근무 횟수도 조절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저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다음에 또 하면 된다.
직장인들의 경우 한번쯤은 ‘짤리면 노가다라도 하면 되지’라고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막노동이 직장세계에서는 이른바 ‘최후의 보루’였던 셈이다. 그러나 요즘은 직장에서 어떡해서든 붙어 있어야 살 길이다. 오랫동안 지속됐던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가 공사현장까지 줄게 만든 이유에서다.
실제 현재 건설시장은 안개 속이나 다름없다. 매년 계획했던 물량을 공급은 고사하고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워크아웃이 한창 진행 중인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 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공급했던 아파트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을 뿐 지금 짓고 있는 아파트는 시내에서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공급 일정을 잡기 힘들다”고 말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공사) 한개 진행하다가 안 돼서 두 개는 할 수 없이 뒤로 미뤘지만 공사부지로 나가는 이자도 만만치 않은데 일정이 언제 잡힐지 모르겠다”는 등의 푸념을 늘어놓았다. 시장 전망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몇 곳 안 되는 공사장을 소개시켜주는 인력소개소 역시 채용이 급감하고 있는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다. 물론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공사현장이 줄다 보니 신규 인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에 한 인력소개소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공사가 많이 줄어서 투입 인력도 거의 없다”며 “기존에 일하던 인부 말고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지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곳의 한 인력소개소 관계자는 “새벽 6시까지 개봉역 1번 출구로 와서 기다려 보세요”라고 말한다. 대기 인원 중 뽑히면 현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뽑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였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와 함께 건설경기 한파도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 8·29부동산 활성화 대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실 공사현장이 줄어들어 막노동을 못하는 게 큰 문제는 아니다. 건설사들이 산 땅에 제때 물량을 공급 못하고 나가는 돈이 아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데 기대를 건다. 지난 8·29부동산 대책이 끝나는 내년 3월, 정부가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 것인지, 목마른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