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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회수 위해 당분간 金치드세요”

포장김치 업체, 배추값 폭등 땐 ‘인상’·하락 땐 ‘나 몰라라’

조민경 기자 기자  2010.11.25 14: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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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급격한 기후변화와 경작지 면적 감소로 지난 9월 배추값이 폭등했다.  소비자들은 김장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장김치로 발길을 돌렸다. 이에 포장김치 업체들은 웃지 못 할 상황을 겪게 됐다.

배추를 비롯해 무, 마늘 등 원부재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포장김치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 것. 손해를 보더라도 포장김치를 생산·판매하려 했지만 워낙 비싼 배추값에 수급자체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담합한 듯 일제히 가격 인상 열 올려

이에 포장김치 업체들은 지난 10월5일 일제히 ‘포장김치 가격인상’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포장김치 시장규모는 가정용과 업소용을 포함해 총 1조1000억원 정도다. 대표적인 포장김치 업체로는 대상FNF(종가집), CJ제일제당(하선정), 풀무원(풀무원), 동원F&B(양반) 등이 있다.

이 중 대상FNF 종가집이 전체 포장김치 시장의 65%를 점유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CJ제일제당이 2위에 올라있고 3,4위는 약 5% 정도의 점유율을 보유한 풀무원과 동원F&B가 겨루고 있다.

대상FNF 종가집은 9개 전제품에 대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장 많이 팔리는 포기김치 2.3kg(1만4950원), 4.2kg(2만3900원) 제품은 각각 18.4%, 18.8% 인상된 1만7700원, 2만8400원에 판매됐다.

CJ제일제당도 전 제품에 대해 13%정도의 가격 인상을 적용했다. 주력제품인 4.2kg(2만2900원)은 13.1% 인상된 2만5900원이 적용됐다. CJ제일제당은 가격 인상과 관련해 “원부재료 가격 상승에 비례해서 인상한 것이 아니다”며 “인상 결정 당시 향후 배추값 하락 등을 예상해 최저 수준으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전 제품에 대해 17% 정도 가격 인상했다. 4kg 제품(2만1900원)은 18.3% 인상돼 2만5900원이 적용됐다. 동원F&B는 2개 제품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2.2kg(1만4200원)과 4kg(2만2700원) 제품은 각각 17.6%씩 상승한 1만6700원, 2만6700원에 판매됐다.

◆배추값 하락 불구 포장김치 가격 인하는 ‘지지부진’

10월말에 접어들면서 배추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포장김치 가격 인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비자들의 기대에도 포장김치 업체들은 “예년에 비해 배추값이 2배 이상 상승했고, 지금까지 적자가 누적돼왔다”며 가격인하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배추값 상승으로 지난 10월5일 가격이 인상된 대상FNF 종가집 포기김치와 CJ제일제당 하선정 포기김치.
대상FNF(종가집)가 포장김치 가격 인상 50여일 만에 가격 인하를 선언했다. 대상FNF 관계자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배추 등 원부재료 값이 큰 폭으로 상승해 가격을 내리기에 이른 감이 있으나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격인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미 지난 10월 인상 결정 당시 배추가격 하락 등을 모두 고려해 적은 폭으로 인상했다”며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풀무원과 동원F&B 관계자도 “검토 중이며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상FNF, 나홀로 인하로 생색내

포장김치 업체들 가운데 대상FNF가 가장 먼저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상FNF가 지난 10월 소비자가격을 13~18% 인상한 것과 달리 실제 마트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최고 29.09%까지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대상FNF 종가집 2.3kg 제품의 경우 이마트와 롯데마트, 킴스클럽에서는 업체가 정한 소비자가 즉, 18.39%(2750원) 인상된 가격에 판매됐으나 홈플러스에서는 29.09%(4350원) 오른 가격에 판매됐다.

인상폭이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대상FNF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이익을 고려해 판매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우리(대상FNF)가 정하는 소비자가와 마트 판매가는 차이가 있다”며 “29% 상승했다는 것은 일부 마트에서 책정된 경우이므로 최고 인상폭이 29%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문제는 인상폭이 차이를 보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고 인상률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며 슬쩍 발뺌하려는 반면, 가격 인하와 최고 인하률에 대해서는 생색내기에 급급한 것이다.

대상FNF는 지난 24일 최고 15.6%까지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며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인하폭을 보인 제품은 주력 제품이 아니며 주력 제품은 6% 정도 인하했다. 대상FNF 주장대로라면 이마저도 실제 마트에서 판매될 경우 인하폭이 동일하거나 더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하 이후 인상 전과 가격으로 원상 복귀된 제품은 비주력제품인 6개 제품이며, 주력제품을 포함한 3종은 가격 인상 후보다는 인하했으나 가격 인상 전보다는 높은 가격에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인하 무시하는 포장김치 업체 제제 필요

포장김치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는 입을 맞춘 듯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가격 인하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22일 포장김치 가격 인상과 관련 원가상승 요인 반영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원가가 인상이 소비자가격 상승에 반영되면서 원가가 인하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가격을 인하하지 않아 결국 인상가격이 제품 가격으로 굳어져버리는 현상이 빈번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계속해서 포장김치 적자 누적이 심했다면서 “인상 가격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지 절대적으로 배추값 상승에 비례해 인상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상FNF 관계자는 “9월 배추값 폭등 이전에도 원부재료 값이 상승해왔고 최대한 가격 인상을 미뤄오다 어쩔 수 없이 인상한 것”이라며 “25일부터 가격 인하를 결정했으나 이른 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FNF가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나머지 포장김치 업체들의 가격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