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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

이진이 기자 기자  2010.11.25 10: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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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둘째 낳길 참 잘했다”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광고 문구다. 저출산시대를 맞아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공헌의 의미를 담고 있는 한편으로는 둘째가 필요한 하나금융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나금융은 당초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수전에 적극 나섰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으로 인해 외환은행 인수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나금융 입장에서 보면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자본여력이 풍부한 외환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시너지효과와 함께 주가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위기에 빠졌다. 26일 입찰참여의향서(LOI) 접수마감을 코앞에 두고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결정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차질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는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만 고집해온 정부 탓에 당장 뚜렷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민영화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2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하나금융이 인수전에 빠졌다고 민영화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며, 조기매각을 위한 수의계약과 국민주 방식 등에 대해서 이미 검토를 끝냈다고 밝혔다. 이는 매각과정에서 경쟁 입찰 구도가 아니더라도 다른 대안을 동원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경쟁 입찰 여부와 더불어 인수 가격이 민영화의 복병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정부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시장은 우리금융의 투자자 모집 성과에 따라 민영화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자체적으로 과점주주 컨소시엄을 구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및 해외투자자 등으로부터 6조5000억원 수준의 투자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2일부터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 중이며, 26일 청약완료 시점까지 목표금액인 50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의 독자생존 움직임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6.97%의 인수조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둘째가 필요했던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한 이유다. 제3의 인수주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라는 명분으로 또 다시 민영화를 지연시켜 불명예를 사는 일이 없길 바란다.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를 통해 경영 자율성을 확보하고, 금융 산업 발전시켜야 한다 게 여론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