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 결정과 그룹 조직의 신설. 삼성그룹의 최근 변화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강조한 ‘보다 젊은 삼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구체적인 연말 인사 폭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 회장의 의중은 충분히 표면화됐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본지는 이와 관련, ‘젊은삼성 관전포인트’를 주제로 ‘3세’ 전면배치와 전략기획실 부활, 그리고 계열사 CEO의 경영 실적과 거취 등을 조명한 바 있다. ‘젊은삼성 관전 포인트’ 이번 회에서는 계열사 CEO의 경영 실적을 분석, 첫회로 삼성전자를 조명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주문한 ‘보다 젊은 삼성’은 바로 삼성전자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승진으로 3세가 경영 전면에 부각됐고, 지난해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으로 승진한 김순택 부회장은 전략기획실 부활로 일컬어지는 그룹 내 신설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내에서도 핵심 계열사로 자리하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전자 회장으로써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룹 내 삼성전자의 위치는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 |
◆전자 성공신화 ‘원톱’ 시스템 적중
지난해 말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 때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룹은 당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을 의사결정 스피드 제고를 위한 부문제 폐지에 따라 DS 부문장 겸직을 해제하고 대외협력 업무지원에 주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그룹은 모니터 세계 1위, LCD TV 세계 1위, 휴대폰 세계 2위의 성공신화를 이어오면서 글로벌 경영 전문가로 평가돼온 최 대표를 기존 DMC부문과 함께 DS부문까지 전 사업을 직접 관장하게 했다. 원톱 체제를 통해 부품사업과 세트사업 간의 시너지를 배가하고 스피드와 효율을 바탕으로 세계 1위 달성을 앞당기도록 한 것이다.
그룹의 전략은 적중했다. 최 대표 원톱 체제는 삼성전자의 체질을 강화했고, 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메모리 시황 호조와 LED TV용 패널 시장 확대, 그리고 주력 세트제품의 시장지배력 강화가 주효했다.
올 2분기에는 전분기를 뛰어넘는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수식어를 또 한 번 갱신하기도 했다. 휴대폰, TV 등 주력 세트부문의 수익률이 감소됐지만 부품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다만, 3분기 삼성전자는 선진시장의 경기침체와 IT제품의 수요둔화가 지속돼 전분기의 실적을 뛰어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전분기와 동등한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여전히 강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휴대폰, 가전 등 각 사업부문이 유기적 구조로,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세를 유지하는 데 제몫을 톡톡히 다하는 등 대표 계열사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지속하고 있다.
◆최지성-이재용 시너지 효과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사상 최대의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성과주의 원칙을 또 한 번 확인시켰다. 이 때문일까. 일부 언론에서는 최 대표의 부회장 승진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나아가 이재용 부사장과의 투톱 체제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 CEO 직속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있는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부회장 승진으로 점쳐지는 최 대표와 투톱을 이룰 것이라는 설명으로, 이 부사장의 승진 이후 실적이 경영 성적표로 남는다는 부담은 이러한 그림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공존한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 둘의 조합이 불러올 커다란 시너지 효과다. 최 대표와 이 부사장은 잘 알려졌듯이 측근으로 통하고 있는 데다 현재 제 위치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며 실적까지 차곡차곡 쌓고 있다.
일례로 이 부사장은 올 초 ‘CES 2010’부터 세계 주요 거래선과 미팅을 갖고 관계를 지속하는 등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1일 서울 G20 서밋에서는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내 평소 만나기 어려운 세계 각국의 CEO를 접견하는 등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0’ 자리에서 이 부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최 대표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고 밝힌 것 또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