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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진중공업 과거 명성 되찾으려면…

신승영 기자 기자  2010.11.23 14: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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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국내 조선·중공업체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진중공업에 눈길이 간다. 파업 때문이다.

과거 ‘강성투쟁’의 대명사였던 조선·중공업계지만, 최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STX, 대우조선해양 등 전반적으로 ‘노사화합의 롤 모델’로 평가받을 정도로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한진중공업의 파업은 더 걱정스럽다.

구조조정과 임금 및 단체협상 문제로 수개월간 갈등을 빚은 한진중공업은 결국 노조의 총파업으로 노사대립이 극에 달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현재 회사위기를 노조 측으로 넘기려고 한다”며 “300명에 대한 구조조정과 임금 20% 삭감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가격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기업의 노사갈등은 총체적인 경영난에서 비롯됐다. 동종 업체들은 해외수주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경우 수주물량이 뚝 끊어진 상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지난 2008년에 계약한 9척의 소형 경비정 이후, 최근까지 수주 실적이 거의 전무했다. 최근 1년간 영도조선소를 그만둔 정규직만 해도 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주 한진중공업은 38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 물량은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해외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지난 2008년에 완공된 수빅조선소는 올해 30여척에 달하는 선박을 수주하며 3년 치 일감을 확보해 내년 상반기 중 일감이 떨어질 영도조선소와 확연히 비교된다.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로 물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기술력 부족’을 꼽을 수 있겠다. 타 업체들이 드릴쉽이나 크루즈, 5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한진중공업은 노무비 절감을 통한 원가절감만이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값싼 노동력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던 제조업체들이 최근 한국으로 되돌아오거나 현지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사례가 생각난다. 한진중공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임금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보다 고부가가치의 최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가 더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중공업의 아버지’라는 명예로운 수식어를 가진 곳이다. 전 업종을 불문하고 각 기업들은 저마다 신사업 신성장동력을 가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땀으로 이뤄낸 한진중공업의 화려한 명성이 허무하게 가라앉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