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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서산간척지의 미래’ 분명히 하려면…

‘실사과정서 논의된 땅, 가치문제 재검토’ 반론 가능성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1.22 16: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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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건설 M&A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의 행보가 한층 바빠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22일 ‘현대건설 비전 2020’을 발표하며 현대건설을 ‘세계랭킹 5위 안에 드는 글로벌 자이언트’로 육성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특히 이 계획 천명 중 현대그룹은 서산간척지 개발에 관한 야심을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비전 2020의 키워드로 ‘글로벌 자이언트’를 제시하고 현대건설을 2020년까지 수주 150조원, 매출 60조원에 평균 영업이익률 9%대를 달성하는 글로벌 5대 EPCM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우선 현대건설의 주력사업인 원전, 화력발전 등 플랜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북한, 러시아, 브라질, UAE,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과 같은 고성장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도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전문화 육성 등 자회사 성장 방침과, 핵심기술 인력도 언급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대도시개발이 개발하는 서산간척지를 관광단지와 친환경 공업단지가 접목된 미래형 그린도시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대그룹 측 자료 등에 따르면, 이곳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서산간척지 B지구 일원이다. 이 땅은 현대그룹의 적통성이 깃든 곳으로, 현대그룹은 이 지역에 관광단지, 공업단지, 항만 및 철도와 같은 SOC 개발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범현대가 식구들에게 서산간척지는 정신적 탯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현대그룹이 이번에 자이언트 계획에서 성급하게 개발 문제를 논의했다 실패하는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정주영 사이버 박물관 자료 중 일부로, 범현대가와 고 정주영 회장에 있어 서산간척지가 갖는 중차대한 의미와 광범위한 분량을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얼’ 깃든 곳…객관적 가치는?

하지만 이처럼 정신적 값어치, 현대그룹이 그룹 비전에서 언급할 만큼 무형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 곳인지는 몰라도 이 땅에 대한 객관적 가치를 함께 검토하지 않고서는 잘못된 쇼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마치 현대그룹으로서는 숙원 사업인 금강산 사업 등 대북 관련 문제에 다른 기업군이라면 과연 그만큼 끌려가면서 출혈을 감수하겠느냐는 가정을 해 보면 이 같은 우려는 좀 더 명확해질 수 있다.

충남 서산의 간척지는 당초 2004년 무렵 기업도시로 개발될 것으로 개략적 구상이 제시됐었다.

당시 현대건설은 바다를 메워 농지로 활용 중이던 충남 서산의 간척지를 기업도시로 개발하는 내용의 기업도시 개발 가능성을 주무부처인 당시 건설교통부에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과 레저산업이 어우러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건설한다는 방침이었던 것. 서산간척지는 서산과 태안에 연이어 있는데, 충남 태안군 태안읍·남면 일대의 서산간척지 B지구중 태안쪽 일부 구간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2조원을 들여 골프장 144홀, 승마장, 모험동산 등 레저시설을 두루 갖춘 관광·레저형 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다듬어졌고, 이 아이디어는 일명 ‘태안기업도시’로 불리게 됐다. 아울러 서산쪽에서도 현대건설과 서산시 간에 ‘웰빙·레저 특구’라는 명칭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2005년 8월 현대건설은 태안 기업도시 규모를 약 4/5로 축소하기로 했고, 2006년2월에는 ‘서산 웰빙·레저특구 계획’이 태안 기업도시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서산 바이오 웰빙특구 계획’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개발 규모도 대폭 수정한 바 있다.

이렇게 서산간척지 B지구 관련 개발 구상은 태안과 서산 두 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에 협의, 개정에 개정을 거듭해 가면서 당초보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는데, 때문에 이를 개발하는 데 조심스러운 접근이 이뤄져야 함은 불문가지로 보인다. 새삼 2010년의 M&A 성과에 따라 다시 언급할 카드냐에 대해 재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

더욱이, 이같이 지난한 길을 걸어온 과거에만 치우쳐 너무 우려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번 현대건설 매각을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자웅을 겨룰 당시, 충남 서산 간척지 실사과정에서 논의된 이 땅의 가치 문제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실사과정에서 개발이익을 보통 불려서 잡는 일반적 매각 패턴과 달리, 매물인 현대건설의 주요 재산인 서산간척지에 대해 보수적인 매각가치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안는 문제에 우선매각협상대상자로 선정, 자신감을 갖고 비전을 구상하는 것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업 태도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조심스러운 접근과 냉철한 판단이 일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