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증권 노조가 19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금에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프랑스發 자금(1조 원대)이 성격이 불분명하므로, 결국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란 투기자본을 끌어들인 채권단 내지 국가경제 우롱에 불과하다는 성토가 다름 아닌 그룹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온 셈이다.
◆모범생은 왜 모기업에 돌을 던졌나?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저녁 여의도에서 5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현대건설 인수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이번 19일 성명서 발표로 포문을 다시 열었다.
일단 외형은 금융자회사가 고인이 된 창업주와 비명에 간 MH의 비원을 이루려는 현정은 회장의 소망에 이기적 행보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실제로 현대증권 금년도 관리직 성과급은 기본급의 50%로 지난해보다 50% 줄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업체들인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많게는 200% 이상 나올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증권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고 결국 문제가 이같이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기적 속성 외에도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단편적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증권 노조의 행보를 오히려 골리앗(현대그룹 내지 현정은 오너 일가)에 돌을 던지러 나선 다윗(계열사 노조)로 이해하는 기류가 어느 정도 저변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현대증권 노조의 반발 움직임에 언론과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대증권의 자금 사정이 가장 좋기 때문.
지난해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가 각각 8012억 원과 2091억 원의 적자를 낼 때, 현대증권은 1788억 원의 흑자를 내는 기염을 토했다. 사내에 쌓아둔 이익잉여금도 현대증권이 가장 많다. 이를 감안, 업계는 현대증권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3000억 원가량의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잡한 계산은 여기서 시작된다.
현대그룹은 이미 계열사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라 현대증권 노조의 이 같은 반발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여기에 현대상선이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4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고, 자사주 신탁 해지를 통해 현금 3778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부산신항만 주식 2000억 원어치를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11월 1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 등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자금 집행에서 현대증권 노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 면밀한 검토 통한 설득·배려 필요
이 같은 현대증권의 반발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일단 모기업(그룹)이나 계열사(그룹 사정으로 갈라서게 된 전 계열사 포함)와의 무리한 자금 관계로 얽혔다가 탄탄한 기업마저 연쇄 파동을 맞은 기억들이 생생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향후 현대건설에 20조원의 과감한 투자안을 제시했고 안정적 자금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채널을 가동한 상황에서 현대증권 식구 챙기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보 이면에는 이번 인수전이 그룹 사활을 건 대모험이자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막중한 사명감에 의해 움직인 것으로 단단한 외벽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 단속이 더욱 절실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노사관계 부분에서 현대그룹이 그동안 큰 무리 없이 평행선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조간의 첨예한 갈등 부분은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극적 타결 내지 화해 무드로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