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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뒷골목 낙태’만이라도 막으려면…

전훈식 기자 기자  2010.11.19 13: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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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례1. 여대생 A양은 같은 학교의 남자선배를 짝사랑했지만 성관계를 원하진 않았다. 어느 날 그 선배와의 술자리 이후 A씨는 그 선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이로 인해 임신했다.

#사례2. 18세 고등학생 B양은 30대 담임교사를 사랑했다. 둘은 성관계를 맺었고 B양은 임신했다.

A양와 B양은 둘 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낙태 결심을 했지만, 두 경우에 대한 법적인 낙태 허용 기준은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A양은 특별법 모자보건법 14조 1항에 의해 강간에 의한 임신으로 낙태가 허용된다. 하지만 B양의 경우 허용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낙태가 허락되지 않는다.

이렇듯 낙태법은 낙태의 허용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법의 현실성을 놓고 논란이 많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전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현행 모자보건법의 현실적 개정 여부의 필요성’에 대한 물음에 전체 응답자(775명)의 97.9%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회원들은 “지킬 수 없는 법을 강요하면 미혼모가 급증할 수 있고, 또 원치 않는 분만과 해외원정 낙태, 또 일명 비위생적인 ‘뒷골목 낙태’ 등의 부작용이 늘어난다”며 낙태 정책의 비현실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불법낙태는 비전문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시설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임신여성이나 산모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 현금결제에다 수술비용도 천차만별이이다. 현행 낙태법 때문에 이런 불법낙태가 늘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우리는 묵인하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어쩌겠냐’는 식이다.   

최근 검찰은 불법낙태로 고발당한 산부인과 의사들을 무혐의처리 했다. 정부는 의료시설에서 불법낙태 수술이 다수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않는다. 낙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 발생할 각종 문제를 고려한 듯 보인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보자면 ‘낙태법을 왜 만들었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난 10월29일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은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로부터 지정받은 기관만 낙태수술 하도록 제한하고 낙태수술을 한 기관은 그 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해야 하고, 기관 내 낙태 승인 사유를 심사할 인공임신중절수술 심사위원회를 설치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낙태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해 정부의 관리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이 개정안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까다로운 이 문제에 대한 대안책을 내놓은 점에 대해서도 이 의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낙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되나?
낙태의 필요성을 주장하자는 게 아니다. 낙태는 생명을 살해하는 행위이며 어떠한 살해행위에 있어서도 정당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 허용 범위에는 들지 못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낙태를 해야겠다는 이들에 대해서도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도 낙태법이 불법수술을 조성하는 것을 알지만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묵인 상태’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인 이슈지만, 그럼에도 비위생적인 불법낙태 행위를 막는 데 대한 이의제기는 없으리라 본다. ‘뒷골목 낙태’와 해외원정 낙태가 횡횡하는 현실은 낙태를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불법 낙태 수술을 받던 20대 여성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정부 당국의 묵인이 지속될수록 위험천만한 불법 낙태수술은 오래오래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