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내년 1월1일부터 24시간 종일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KBS는 최근 경영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하고 관련부서에 준비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은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시청자로부터 징수하는 수신료 등을 주재원(主財源)으로 하여 공공의 복지를 위해 행하는 방송을 일컫는다.
하지만 KBS의 수입원은 두 종류다. 수신료와 더불어 부족 운영비를 KBS2의 광고비로 충당한다. BBC 등 세계적인 공영방송사들과는 다른 유형이다. KBS가 광고비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 나가는 나라들의 공영방송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신료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광고비를 받는다는 것이다. 영국(BBC)과 독일(ARD), 일본(NHK) 국민들은 공영방송 수신료로 연20만~60만원을 낸다.
KBS가 종일방송을 하겠다고 했을 때 기자는 ‘종일방송을 통해 부족한 수입원을 충당하려는 모양이네’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내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일방송에 대한 KBS의 의지가 우리나라의 방송환경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 것이다.
종일방송에 대해 KBS는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영방송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서비스”라는 주장을 편다. 그리곤 “스포츠나 재방송 편성을 주로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심야방송이 공영성을 담보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드라마나 스포츠가 아니라 차라리 교육적 프로그램을 대폭 제공한다 했으면 공영성 취지가 쉽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KBS는 자사의 공영성에 대해 ‘공영방송은 운영재원을 시청자들이 납부하는 수신료로 함으로써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 공정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소수의 이익을 배려한다는 장점을 구현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종일방송에 대한 KBS의 입장은 공영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KBS의 종일방송에 대해 케이블TV방송협회는 “방송시장에서 80% 정도 광고를 장악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상파의 24시간 방송 구상은 케이블업계를 죽이는 처사”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케이블방송은 지상파가 방송을 하지 않는 5시간(새벽1시~6시) 동안 가장 많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KBS 종일방송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다른 문제도 있다. KBS 내부에서도 종일방송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S노조는 “추가예산이나 인력 확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는 계획”이라며 내년 종일방송을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주장한다. KBS 안팎에선 “부족분 인력은 급히 비정규직으로 보충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는데, 2009년 KBS 비정규직 해고 사건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KBS가 종일방송을 시행한다면 비정규직을 얼마나 채용할지도 궁금하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KBS는 2014년까지 인력을 현 5500명에서 4200명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결국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으로 공영방송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인 것 같은데, 노조는 이를 걱정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선 G20정상회의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국제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국가들이 상생하자는 취지가 목적인 모임이다. 또 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생의 길로 나가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상생’은 올해 우리 경제의 키워드가 됐다.
이런 판국에, KBS 종일방송은 ‘무소의 뿔’처럼 보인다. KBS가 내년 종합편성에 대한 우려로 종일방송을 선택한다면 진정한 공영성을 저버리겠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 KBS의 종일방송은 케이블업계와 또 노조와 심각한 마찰을 빚을 공산이 크다. 상생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려는 것일까.
지상파 방송 시작과 끝에는 항상 무궁화, 백두산 등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영상이 나오고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가끔 그 장면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나 자신을 생각하곤 한다. 최소한 기자에겐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그 짧은 순간이 심야방송 5시간보다 더 공영성 짙은 시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