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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치앞 못본 죄…동문건설의 한숨

김관식 기자 기자  2010.11.19 1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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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원금보장 즉각 환불하라.” “약속을 지켜라.”

기자가 본 것만 11월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7일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인 서울 여의도 동문건설 사옥 인근은 목이 쉴 데로 쉬어버린 고함과 꽹과리 소리가 섞인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경기도 수원 화서 동문굿모닝힐 원금보장위원회 회원 40여명이 시공사인 동문건설과 시행사 (주)경문도시개발을 상대로 아파트 계약 당시 원금보장 특약서의 내용을 즉각 이행하고 약속을 지키라는 한 섞인 목소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동문건설이 수원 화서에 분양한 동문굿모닝힐(293가구)이 분양에 실패하자 분양 유인책의 일환으로 원금보장제를 실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7년 분양 당시 3차에 걸친 분양에도 청약자는 총 19명에 불과했지만, 2008년 원금보장제 실시 이후 90%이상의 분양률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 시행사와 아파트 계약자간에 맺은 원금보장 특약서는 입주 지정 최초일 기준 3개월 후 시세가액이 분양원가 대비 33평형 3000만원, 43평형 4000만원 이상 형성되지 않으면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건 자체만 본다면 아파트 수요자에게는 귀가 솔깃할만한 협상이다. 입주자는 집값이 올라 좋고 회사도 미분양 없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입주가 끝난 이곳의 시세는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분양가 4억5600만원이었던 33평형의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는 3억9700만원에 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원금보장을 약속했던 시행사와 시공사가 원금을 돌려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시공사인 동문건설은 원금 환불을 미루고 있다. 동문건설이 지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겨 겼기 때문이다.  
   

지금 분양시장이라면 원금보장제는 못할 짓이다. 2~3년전 만 하더라도 아파트 투자 수요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등으로 ‘아파트 사면 집값이 오른다’는 공식이 성립됐던 시기였다. 때문에 분양가는 지키는 대신 원금이나 프리미엄 보장제, 할인분양 등의 마케팅으로 수요자를 유혹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급속도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원금보장은 물론 할인분양도 입에 꺼내기 힘들다. 


최근 두산건설은 포항 두산위브의 분양가를 기존 계약자에게도 할인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입는 손실도 적지 않겠지만 아파트 입주자와의 상생을 택한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미분양 주택은 건설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이를 해소키 위해 다양한 마케팅으로 수요자와 협상을 진행한다. 그러나 동문건설이 약속했던 원금보장제는 바로 앞만 보고 내세운 전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차선책이 있었더라면 집회는 물론 원금 환불을 미루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