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김씨(54. 여)는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로, 수능 100일 전부터 매일같이 절에 올라 108배를 드리며 딸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길 기원했다. 수능이 끝나고 한 짐을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무릎에 통증이 심해지고 소리가 나는 등 근심거리가 생겼다. 쉰이 넘어가면서 무릎이 이따금씩 뻑뻑하고 시렸지만 심하지 않아 별거 아니려니 넘겼던 김씨. 이제는 대학 합격을 기원하러 사찰을 찾고 싶지만, 무릎 통증으로 절에 오르기도 힘들어졌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연골 손상 진단을 받았다.
매년 수능 시즌이 되면 고3 수험생뿐만 아니라 부모의 애도 함께 탄다. 때문에 수능 100일 전부터 기도나 108배 등으로 간절한 마음을 대신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그러나 절을 하느라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거나, 오래도록 무릎을 꿇고 한 자세로 기도를 하면 관절건강에 치명적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중년 여성의 관절은 이미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로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약해진 연골 기질은 약한 충격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으며, 108배를 하느라 쪼그리고 앉는 동작을 반복하면 무릎연골의 퇴행이 가속화될 수 있다. 김씨의 경우도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는 나이에 무릎을 혹사해 연골이 더 빨리 닳으며 통증이 심해진 것이다.
무릎은 온몸의 하중을 모두 받는 기관이라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단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릎에는 체중의 2배의 하중이, 쪼그리고 앉으면 실제 몸무게의 약 6~7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이는 자세에 따라 무릎내부의 인대에 미치는 긴장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쪼그려 앉은 자세는 무릎 내부의 압력을 높이고 무릎내의 인대에 과긴장을 유발시켜 무릎 관절에 무리를 가중시키는 것이다.
평소 관절 통증이 있는 등 관절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108배 동작은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절을 한 후 통증이나 관절소리가 계속된다면 관절질환을 의심하고 가능한 빨리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게 좋다.
만약 김씨처럼 연골이 손상된 경우에는 더 이상의 관절염 진행을 막기 위해 치료가 필요하다. 40~50대 중년 이하의 경우 연골손상을 조기 발견했다면 관절내시경으로 30분 내외의 간단한 치료로 시술이 가능하다.
기도 역시 무릎에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자세라도 장시간 한 자세로 있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무릎에 부담이나 통증이 더해진다.
관절을 위한다면 기도 중간중간 관절에 휴식을 주어야 한다. 같은 자세로 20~30분 이상 있지 말고 30분마다 10분씩 휴식시간을 가져 관절 내 혈액순환을 돕는 게 좋다.
기도 전 스트레칭으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푹신한 방석을 깔아 무릎충격을 최소화하며, 한 후에는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찜질을 해 주면 무릎관절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글: 강북힘찬병원 조수현 부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