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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티아라 벗어야 나팔꽃이 산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1.18 18: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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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티아라(tiara)는 장식용으로 머리에 쓰는 작은 왕관이다. 실용성은 없지만 이른바 럭셔리한 분위기를 내는 데에는 적당한 패션 액세서리라고 할 수 있다.

문구전문기업 모닝글로리가 티아라(왕관)를 머리에 쓸 모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모닝글로리는 가수 티아라(T-ara)와 공동으로 디자인 작업한 제품 라인을 선보인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한 모닝글로리 측 기대는 무척 높은 것 같다.

모닝글로리가 선보이는 티아라 제품은 △티아라 다이어리 △티아라 메모북 △티아라 데코스티커팩 △티아라 스페셜수첩 △티아라 메모-잇(점착 메모지) 등 총 5종이며, 전 제품 모두 모닝글로리 프리미엄 라인으로, 티아라 멤버들은 일상 속 자연스러운 ‘셀카’와 직접 쓴 ‘손글씨’를 통해 제품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한다. 가요계에서 인지도 높은 스타들에 모닝글로리 본연의 제품력이 결합하니, 이번 기획이야말로 정녕 왕관(티아라)처럼 빛날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을 것도 같다.

그런데, 이같은 모닝글로리의 시도가 ‘콜레보레이션’이 맞느냐는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콜레보레이션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나 산업실무적으로 논의되는 범위가 넓지만 일단 참여하는 대상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드를 결합해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공동 작업으로 요약될 수 있다. 희소성과 그에 따른 마케팅적인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그 핵심은 ‘재창조’ 즉 고도의 전문성과 감각, 그리고 협력 대상 상호간의 신뢰감이 필요로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과연 이번에 모닝글로리 프리미엄에서 출시한 티아라 제품군은 여기에 해당하며 모닝글로리가 스스로 자랑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은 것이다. 관련 제품이 모두 티아라 멤버들과의 의견 교류를 통해 디자인되었으며, 각 멤버들의 일상 사진과 손글씨 뿐만 아니라, 직접 밝히는 신상명세 코너 등이 들어가 일반 제품과 차별화 된 희소가치가 부여됐다는 것인데, 이는 콜레보레이션이라기 보다는 ‘스타 마케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면 지나친 것인가?

비단 여기서 티아라 멤버 중 지연 양의 음란 동영상 관련 루머가 아직 명쾌히 해결되지 않았고, 이 문제로 인한 역풍이 우려된다는 점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번 티아라 콜레보레이션 추진 건은 그 음란 동영상 논란 못지 않게 심각하게 모닝글로리의 명성과 구성원들의 자긍심 자체에 깊고도 넓은 상처를 입힐 게 분명해 보인다.

1994년 대한무역진흥공사는 자기 상표 수출에 성공한 한국 기업 10개사를 해외 무역관과 주요 품목별 수출조합의 추천을 받아 선정, ‘잘 나가는 브랜드엔 국경이 없다’라는 사례집을 발간했으며 창사한지 오래지 않던 모닝글로리는 당당히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불과 300명의 직원 중 80명이 디자이너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신규 디자인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일찍부터 ‘앙팡 테리블’로 손꼽혔다. 신제품 품평회에서 작은 하자만 발견되어도 수정이 아닌 전량 폐기하던 당시의 완벽주의가 모닝글로리의 오연한 자긍심을 웅변한다.

그런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옹고집이 있었기에 경영난으로 화의에 들어가고, 글로벌 투기자본이라는 오명으로 이름난 론스타의 관련사 자본을 지원받아 경영난을 타개하게 됐다는 소식 등 여러 번 도마에 오르내리면서도 모닝글로리는 결국 명작문구인 ‘마하펜’ 출시 등 쾌거로 우리 곁에서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그런데 각고의 노력으로 마하펜과 같은 문구류의 연이은 신화 창조에 노력해야 할 것인데,편하게 스타들의 셀카나 응용하려 하고, 이를 콜레보레이션으로 착각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니 모닝글로리는 스스로의 디자인 1등주의와 품질지상주의를 스스로 버렸다. 모닝글로리는 나팔꽃(모닝글로리) 같은 아침의 영광을 논할 것인가.

모닝글로리는 어서 장난감 같은 스타 마케팅의 티아라를 벗어 던지고, 제 2의 ‘마하펜 신화’를 기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