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품에) 미술을 더했더니 이렇게들 좋아하네요. 잘 되어가세요? 한 이사님이 강조하시던 탱크 같은 튼튼함은…(중략)…여자를 저렇게 몰라. (한 이사와 연애하기) 답답하지요?”
(KBS 드라마 스페셜, ‘오페라가 끝나면’ 중 일부)
조그만 아트홀 개관 현장. 아름다운 미술품들을 배경으로 라이벌 관계인 대기업 임원들의 신경전이 뜨겁다. ‘탱크’처럼 튼튼하게만 만들면 팔린다는 고전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이사는 패셔너블하게 차려입은 동료 간부에게 내놓고 ‘구식’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제품 구매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여자 마음을 저렇게 모른다는 핀잔까지도 들어야 하는 세상. 드라마 속의 저 장면이 낯설지 않고 어쩐지 공감된다면 당신은 마케팅 트렌드에 빠른 인물일 것이다. 바야흐로 콜레보레이션 마케팅의 시대다.
<사진=기업 일선에서의 콜레보레이션관심도를 조명한 단막드라마 '오페라가 끝나면'의 한 장면> |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전략적 제휴의 일종으로 협업, 협동, 합작을 의미한다. 본래는 공동사업을 영위하기로 해 손을 잡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공동출자회사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후 뜻이 변해 서로 다른 두 가지가 만나 경쟁력과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업을 의미하게 됐다.
◆‘튀는 상품 그 이상’을 찾는다면? ‘차별화’에 가장 적절한 방법론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새롭다’거나 ‘예쁘다’는 느낌을 주는 노력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콜레보레이션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콜레보레이션은 통상적으로 가전이나 잡화에 디자인 감각을 불어넣는 일이지만, 단순한 꾸미기보다는 ‘재창조’를 통한 업그레이드에 가깝다.
가방업체 루이비통이 팝아트를 도입해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털어낸 것이나, 독일 메이커인 아디다스가 높은 품질의 스포츠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탈피, 스포츠 유행에 부응, 새 시장을 창출한 것이 좋은 예다.
아디다스는 독일 축구팀에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상품이다. 그러나 품질만으로는 점차 넓어지는 스포츠웨어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어느 순간부터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5년 아디다스는 스웨덴 브랜드 WE와 콜레보레이션을 시도해 기존에 강하던 축구와 농구 등 스포츠웨어에서 스노우보드 등 새로운 영역까지 시장 확장에 성공했다.
간호섭 박사(의상학)는 2008년에 낸 자신의 논문(성균관대 박사학위)에서 콜레보레이션을 가리켜 “급변하는 패션시장환경과 소비자들의 소비다양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더 나아가 패션상품의 가장 주용한 성공요인 중 하나인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재창조’로 브랜드 이미지 더 강력하게
이 같은 태동과 유아기를 거쳐 자동차와 패션의 결합(이탈리아 스포츠카 메이커 페라리가 스포츠 브랜드 퓨마와 함께 손을 잡은 2006년 사례) 등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콜레보레이션을 디자인에 집중된 브랜드 결합으로 보는 의견과 함께, 콜레보레이션은 순수한 의미의 협업만을 지칭하기도 하고 그 협력 범위에 대해서도 동종업계를 비롯하여 이종업계를 포함한다는 것은 물론 예술이 포함되기도 한다고 보는 의결들이 서로 뒤섞여 나타나는 등 아직 통일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콜레보레이션의 주체에 대해서도 기업 간 브랜드 간에서부터 개인과 기업과의 협력까지 포함한다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런 만큼 해외에서의 이 같은 콜레보레이션 경향은 그 파괴력에 비해서는 명확히 논의, 바람을 일으키며 상륙하는 대신 산발적인 형태로 국내에 도입돼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명품 주얼리 디자이너 마시모주끼와 협업, 가전에 미적 감각을 한껏 높은 삼성 지펠 마시모주끼 냉장고> |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가전 메이커인 LG전자의 경우도 큰 공간을 차지하고 수명이 긴 가전의 특성에 미적 감각을 더해 달라는 잠재적 수요에 주목, 액자형 에어컨인 아트쿨을 내놓았다. 2006년에는 브라질에서 에어컨 액자에 넣을 제품을 응모받는 아트쿨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면서 기업 이미지 광고에서도 세계 각국의 명화들을 소재로 한 CF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술력 위주 마케팅에서 즐거운 제품으로
이 같은 한국 기업들의 콜레보레이션 강화 시도는 좋은 평가를 얻고 있으며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 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안나수이, 베르사체 등과 손잡은 휴대폰을 출시한 일명 ‘명품폰’ 전략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과거 모토롤라나 노키아 같은 선발주자들에 맞서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로컬 전략으로 맞서며 내수용부터 시작, 성장해 온 삼성전자 애니콜은 기술력을 통한 인지도 상승은 물론, 화려한 패션 소품이나 향수를 생산하는 명품 브랜드들과 손을 잡음으로써 명실상부 세계적 브랜드로 이미지를 높이는 양동작전을 펴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내 제품이 기술이나 애국심에 기대는 판매 전략을 더 이상 쓰지 않고도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는 좋은 방법으로 콜레보레이션이 적합함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명지대 김정운 교수는 저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일본 소니의 바이오 노트북과 삼성전자의 센스 노트북을 비교하면서, 보면 즐겁고 만지고 싶으며, 눈길이 저절로 가는 재미있는 것이 진짜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는데, 불과 몇 년 새 삼성전자 등은 이같은 장애물을 가볍게 뛰어넘는 방식을 터득해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중간한 시도도 여전…전체적 발전은 현재진행형
이런 노력은 현재 재벌 기업에서 점차 중소기업군까지도 확산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대구지역 향토기업인 동아백화점은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대구 패션페어’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 지역 패션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스파오와 미쏘 브랜드와의 협력 저변을 넓힌 바 있다. 동아백화점은 이번 행사에서 소녀시대 스파오 쇼핑백을 배포하는 등 패션 행사 지원과 자사 마케팅을 접목하려는 기본적 성과를 보이기도 했으며, 2010년의 지원 노하우 축적을 배경으로, 향후에도 지역 패션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지역 패션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좋은 콜레보레이션 성과물 도출이 기대되고 있다.
<사진=모닝글로리의 콜레보레이션 시도는 티아라 지연의 음란 동영상 관련 논란이 아직 진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성급한 시도였다는 점 외에도, 전문성이 성숙하지 않은 인물들을 끌어들인 잘못된 협업 사례라는 부분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
다만 문구업체 모닝글로리는 콜레보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한 제품을 내세우고 있으나 적절한 시너지 효과 도출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경우다. 모닝글로리는 아이돌그룹 티아라를 내세워 이들이 문구류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내세우고 있는데, 문구류 디자인 전문성과 거리가 있는 어린 여가수들을 내세운 모닝글로리의 시도가 과연 과거의 스타 마케팅과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흥행요소를 붙이기만 하면 성공적 접목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본질에 대해 아직 이해가 널리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티아라 멤버 중 1인이 노출 동영상에 대한 루머에 아직 시달리고 있고, 이같은 콜레보레이션 활동 시도에 대해 자숙하는 대신 틈틈이 ‘물타기’를 하려 한다는 식으로 시장에 받아들여져 모닝글로리에 역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상황은 오히려 전체적으로 볼 때는 우리 나라 기업들의 콜레보레이션 진출과 시장 파생이 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회복 속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있을 지언정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파가 점차 해소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지나고 있다는 작금의 상황에서 기업들이 소비를 촉진시킬 주요 발판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