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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노조·채권단 갈등 ‘첩첩산중’

노조 “이해관계 없는 평가방법” 맹비난…실사 거부 조짐

김관식 기자 기자  2010.11.17 10: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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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현대건설이 ‘예비주인’ 현대그룹 품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 현대건설 노조 측에서 문제를 삼은 채권단의 평가방법과 현대그룹이 높은 인수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금난에 빠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이 포함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공동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 현대그룹 컨소시엄은 현대건설 인수가격에 현대차그룹보다 4000억원이 많은 5조5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시장에서 예측한 4조원 대에서 크게 넘어선 인수금액이다.

사실 현대건설 인수에 앞서 시장에서는 자금이 넉넉한 현대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 채권단은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현대건설 매각 입찰 참여의향서를 제출 하던 당시 현대건설 노조는 채권단에 인수가격 중심의 현대건설 매각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노조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고 항의한 바 있다.
   
지난 16일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현대건설 노조와 채권단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현대건설 노조와 채권단 사이의 마찰이 다시 불거진 점이다. 이는 앞으로 남은 인수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평가방법에 분노”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의 결과는 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현대건설 대부분의 임직원이 현대차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노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현대건설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 채권단이 발표치 않은 인수가격과 평가방법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인수절차에 대한 요구부분을 공개하라고 항의했다.

특히 16일 오후 1시30분에 예정됐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11시로 앞당겨졌지만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브리핑은 5분도 안 돼 끝난 점 등 이날 채권단은 양측이 제시한 인수가격, 선정기준 등의 인수절차는 밝히지 않았다.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채권단의 평가방법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건설업계를 비롯해 국가 전체 관심사인 현대건설 인수전을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평가와 절차 등 이해관계 없이 채권단 끼리 밀실에서 작업하고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또 임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중 누가 되도 상관없지만 채권단은 현대건설의 의견을 짓밟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건설 사내 설문조사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에 현대차가 선정되길 바라는 현대건설 직원들도 대다수였지만 임직원들의 의견이 채권단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11일 현대건설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사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300여명 가운데 95%가 현대차 인수를 지지했다.

임 위원장은 “지금 채권단은 매각 이익금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현대건설 매각대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는 인수절차와 평가방법을 공개하지 않고 발표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인수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실사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떠나 현대그룹 실사는 도와줄 것이지만, 채권단에서 인수과정 등 발표치 않은 요구 부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채권단 때문이라도 실사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제시한 가격은 5조5000억원. 현대차그룹이 써낸 5조1000억원보다 4000억원이 많은 금액이다. 물론 현대그룹이 “내년 1/4분기까지 인수대금을 전액 납부하겠다”고 채권단과 약속했지만 ‘승자의 저주’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 지난 16일 주식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과 동시에 현대그룹 계열사는 물론 현대건설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지난 16일 증시개장 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대감으로 5분간 상승했던 현대건설 주가는 현대그룹 인수 확정설이 나돌면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채권단의 우선 인수 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시각인 11시5분에는 -14.91%하한가를 기록, 결국 회복하지 못한 채 6만22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그룹 계열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29일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인 현대상선은 전일대비 6750원 하락한 -14.95%를 기록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14.87%), 현대증권(-12.59%)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동양종합금융증권(-7.56%)도 폭락했다.

반면 예비 협상대상자로 밀려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차(2.55%)와 기아차(0.40%) 등 대표 계열사의 주가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 조윤호 애널리스트는 “5조5000억원의 인수대금은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127.4%의 프리미엄이 붙게 된 것인데 예상보다 커지면서 현대그룹의 재무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수자의 재무부담이 피인수자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해외투자자를 비롯해 자산 매각과 유동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인수자금 대부분을 금융권에서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자금증빙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금 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1조5000억원을 제외한 3조5000억원을 외부 차입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으로 최근 현대건설 인수를 대비해 계열사와 동양종합금융증권,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등을 통해 3조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