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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차라리 청소년용 값싼 담배 만들던가

전훈식 기자 기자  2010.11.16 18: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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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는 신드롬의 나라다. ‘이효리 신드롬’, ‘소녀시대 신드롬’ 등 인기스타의 행동 하나하나가 유행이 된다. 인기연예인이 공항에서 어떤 가방을 들고 나타나면 그 가방은 동이 날 정도다. 그만큼 공인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

인기영화 ‘친구’에서는 유오성과 장동건이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흡연 장면이 맛깔스럽게 연출 됐는데, 이 장면은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다’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2012년 10월부터 담배 케이스에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그림을 삽입하고 경고문의 크기를 확대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담배를 일종의 마약으로 정의했다. 금연 열풍이 불고 있는 미국은 영화에서도 흡연 장면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금연을 TV광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또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금연 캠페인은 전혀 활기차지 않다. 담배 케이스에 경고문이 있긴 하지만 자극적이도 않고 당연히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영화에서 남녀인기 배우들이 담배를 멋들어지게 피워대는 한, 설령 금연광고가 활발하게 진행이 된다 하더라도 별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성인 흡연율은 22.4%로 지난해 12월 대비 0.9% 감소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중·고교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질병관리본부 청소년 건강행태의 '청소년 흡연율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청소년 전체 흡연율은 중학생 8%, 고등학생 17.8%다. 미성년자는 담배를 구매할 수 없지만 희한하게도 청소년 흡연율은 늘고 있다. 왜 이럴까? 답은 뻔하다.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회사는 부지런히 고급담배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니코틴과 타르가 소량으로 함유된 고급담배를 내세우고 있다. 담배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단가를 높여서라도 매출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금연 캠페인을 위해 담배 값을 인상하자는 여론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정부는 국민의 건강보다 경제사정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는 아량이 있다면, 비흡연자에 대한 담배연기 피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배려를 단행해야 옳다. 금연장소를 대폭 늘이고 길거리 흡연 행위에 대한 단속에도 힘써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 금지 정책도 더욱 실효성 있게 진행해 나가야 한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다가 세 번 적발되면 허가취소 및 재허가 불허의 ‘삼진아웃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한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은 “한번 걸리기도 어려운 적발을 세 번이나 걸리긴 어려운 일”이라며 웃었다.

국민의 경제 사정 때문에 담배값을 올리지 못하겠다는 정부의 ‘담배 사랑(?)’과, 청소년도 사실상 별 제약 없이 담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느슨한 단속 덕분에 지금도 청소년들은 담배를 사서 피운다.  

청소년들도 국민인데, 정부는 청소년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생각해서 차라리 청소년용 값싼 담배를 만드는 게 더 솔직하고 정직한 모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