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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과 갤러리의 만남…‘메세나’ 활동 신호탄

이종엽 기자 기자  2010.11.16 17: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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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술품을 감상하러 경마장에 간다고 하면 어색하게 들리겠지만 과천 서울경마공원에 정말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마사회(회장 김광원)는 지난 해 9월, 서울경마공원 해피빌 1층에 150㎡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을 신규로 설치했다. 이곳에서 자사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전시를 시작으로 일반 작가들의 전시까지 포함해 벌써 10여회의 전시회를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30분 간격으로 개최되는 경마에 열중하던 고객들도 이곳을 지날 때는 잠시 걸음을 멈춰 미술품 감상을 하며 망중한을 즐긴다. 처음에는 공간만 차지한다며 불만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마라는 번잡한 사바세계에서 연꽃처럼 고고하게 예술의 향기를 전파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 방문객은“경마를 하다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피곤할 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경마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긴장을 털어버릴 수어 자주 찾게된다”고 전했다.

   
<사진= 한국 마사회의 본격적인 메세나 활동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마사회 내부 직원들 역시 복합문화공간의 존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마매출의 요지에 문화공간을 설치하자고 했을 때 많은 직원들이 “매출 감소가 심각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복합문화공간의 위치는 해피빌 남단 1층으로 경마고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장소였던 것.

하지만 경영진은 단기적인 수익 추구보다는 경마를 보다 품격 높은 레저로 만들기 위해 문화공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그 판단이 옳았던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관람대 내 복합문화공간에 대해서는 불만 섞인 민원보다 고객의 칭찬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복합문화공간과 마사박물관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났다. 국내 유일의 말 관련 유물이 전시된 마사박물관은 서울경마공원을 자주 찾는 유치원, 초등학생들의 단골 코스였다. 복합문화공간이 새로이 자리하면서 학생들의 견학공간은 더욱 풍부해졌고 찾는 이들의 발길도 더욱 늘었다.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에서는 매년 메세나 활동에 가장 모범이 될 만한 기업을 선정, 수상해 왔다.

제1회 삼성문화재단을 시작으로 지난 18일 제10회 아시아나항공까지 많은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공공부분에서의 메세나 활동은 걸음마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

이는 공익기업의 성격 상 사업의 범위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성격이 짙다는 점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일선 사기업에 비해 메세나를 이해하는 폭이 적은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히 초보적이긴 하지만 최근 일부 공기업에서 감지되고 있는 메세나 활동 관련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이다. 경마공원 내 복합문화공간을 설치는 한국마사회도 이제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