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학창시절에 선생님에게 맞아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회초리, 몽둥이, 빗자루, 심지어는 마대자루, 당구큐대 등이 매질의 도구로 등장했다. 어떤 선생님은 직접 제작한 ‘연장’을 들고 다니면서 공포를 조장하기도 했다.
이런 매질 때문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학생들은 하기 싫은 공부, 숙제를 했고, 시험을 더 잘 보기 위해 잠을 설치기도 했다. 선생님께 버릇없이 굴다간 매질 당하기 일쑤였지만 학생들은 매질하는 선생님에게 눈을 흘긴다던가 경찰에 고발하는 등의 반발은 일삼지 않았다.
‘나를 이끌어주는 어른’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선생님(어느 학교에서나 이런 괴짜 교사는 꼭 있는 것 같다)이라 할지라도 ‘일단 걸리지만 말자’는 식으로 피하곤 했다.
‘전면 체벌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4일 ‘문제행동 유형별 학생생활지도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은 우선 학교에서 생길 수 있는 학생들의 문제 행동 18가지로 분류했다.
지각하면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음주측정기로 음주 여부를 확인해 한의원 보건소랑 연계한 무료 금연침 시술하고 금연클리닉을 통해 지도하는 방법 등 기발한 내용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빈틈이 너무 많다. 체벌 효과보다 학생들에게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은 매번 지각을 할 수 있고, 공부하기 싫은 학생은 술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일부로 적발당해 무료교육장에서 일명 ‘땡땡이’를 칠 수 있다.
이런 대체체벌은 안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를 점점 멀게 만들 게 뻔하다. 결국, 스승은 제자를 방관할 것이고 제자는 방종에 빠져 스승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먼저, 이 조치를 취하기 전에 대안법을 내놓아 했다. 하지만 뒤늦게 만든 대안법은 어처구니없다. 급하게 만들어낸 흔적이 역력하다. 모든 일은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인데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고민을 해서 내놓은 대안법인지 무척 궁금하다. 서울시교육청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매뉴얼을 내놓았을까? ‘허점이 보이면 막고 본다’는 식으로 학생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체벌문제를 결정해버린 것 아닌지 우려와 의문이 뒤엉킨다.
우리나라 교육계는 ‘사랑의 매’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도무지 교사의 매질을 용납 못하겠다면, 체벌 대신 체계적인 학생 관리를 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참조할 만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세계 각 선진국 사례들을 꼼꼼히 따져, 민망하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대체체벌 따위를 손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