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의 현대건설 인수전이 막을 내렸다. 현대그룹은 우군으로 알려져 온 재무적 투자자 M+W그룹이 한 발 물러선 상황에 비재무적 요인에서도 밀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이번 최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에서 승기를 잡았다.
일단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향후 다시 휘하에 두게 됨으로써,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이 부적절한 공세적 상황에 동원될 것이라는 오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을 다그쳐 실탄 마련에 나섰던 그룹 내부 사정은 앞으로 이들 소속사에 근무하는 구성원들과 여기 투자한 소액주주들 전반의 피로감을 일부 산 것이 분명하다. 그런 만큼 이는 앞으로 현대건설 인수 문제가 대우건설을 삼켰다 크게 탈이 난 바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같은 ‘승자의 저주’를 겪느냐 하는 문제를 넘어선 다음에 이르기까지, 즉 향후 정지이 체제 구축 이후까지도 오래도록 묵은 과제가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이 결국 현대그룹으로 넘어오는 것으로 귀결된 작금의 현실에서, 현정은 체제는 위태로운 상황을 극복했다는 자신감으로 마치 탱크가 달려가는듯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밝혔을 때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샀다. 대형 건설사를 인수하는 데는 엄청난 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정지이 전무에게까지 그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정지이 체제를 가상하면서 명작소설 ‘소공녀’를 떠올린다.
‘소공녀’에서 세라는 부유한 장교의 외동딸로 태어나지만, 다이아몬드 광산 지분투자 실패로 인해 순식간에 가산이 탕진되고 아버지마저 뇌염으로 숨을 거두자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고, 고급기숙학교의 유명인사에서 학교잡일을 하는 메이드(하녀)로 전락한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으며 자습을 통해 공부를 이어가며 결국 훗날 선친의 동업자가 그녀를 찾아 후원하게 되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
정 전무가 현재 보는 현대건설 인수 성공이라는 일단의 사정은 선물 그 자체라기보다는 일종의 또 다른 페이지를 여는 과제이자 주주와 종업원들에 대한 신성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해피엔딩이 아니라 소설의 중간 부분, 생일 파티장에서 아버지의 죽음과 파산이라는 비보를 받아들어 삶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는 세라의 상황에 더 가까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