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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도자료에 묻혀버린 ‘사실 기사’

김병호 기자 기자  2010.11.16 15: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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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기자는 주식투자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가구업체 A사와 관련한 문의전화였다. 투자자는 기자에게 A사의 현직임원들이 납품 비리 연루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지난 9월 본지가 보도한 A사의 납품비리 의혹에 대한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전화 한 것이었다.

   
이 투자자는 기자에게 “회사(A사)에서는 (본지가 보도한) 그런 사실이 없다. 가구업체의 입찰 등이 워낙 치열하고 서로 흠집 내기에 바빠 그런 소문이 돌 뿐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2005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이 회사는 자본금 71억원, 상장주식수 1206만4000주를 보유하고 있는, 외형상 건실한 회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무용가구 군납 비리 때문에 얼룩이 졌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 회사의 현직임원들은 검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지난 6월과 9월 A사의 비리 연루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또 A사의 대표이사 및 상당수 임원(7명가량)이 특정 대기업집단 출신이고, 얼마 전에는 이 대기업의 사무용가구 입찰에서 80억원어치의 수주를 따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했다.

기자에게 전화를 했던 투자자는 A사가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회사의 비리의혹에 대해서는 딱히 알 길이 막막하다. 이 투자자는 포털사이트에서 A사를 검색해봤지만 비리 관련 기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A사로부터 나오는 보도자료들에 밀려 저 끄트머리에나 가서야 기사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가 포털에서 A사에 대한 기사검색을 해봤다. A사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들뿐이었다. 지난 6월 중순 A사와 공군의 군납비리에 대해 군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본지 기사 이후 50여건, 또 9월16일 대기업 납품 비리 기사 이후 100여건 등 총 150여건 정도의 A사 관련 기사들이 죄다 긍정적인 내용으로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로서는 충분히 헷갈릴만 했을 것 같다. ‘관련된 후속 기사들도 거의 없고, 기사가 잘못 나간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만도 하다.

하지만 본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고, 있는 사실을 보도했다. 투자자는 이렇게 말하는 기자에게 “알겠다”라고 말했지만, 다소 찝찝함을 가진 채 전화를 끊는 듯 느껴졌다.

A사 입장에선 과거의 비리연루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당연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있었던 사실을 없었다고 투자자를 속여서는 안 된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유리처럼 투명하게 시장에 공개돼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투자자를 속이는 것은 범죄다. 넓은 범주에선,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로 간주된다.

A사에 대한 두 건의 ‘그 기사’가 수많은 보도자료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일부 기업들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때 많은 보도자료 기사로 ‘부정적인 기사’를 덮어버리는 ‘술수’를 부리곤 한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얄팍한 보도자료로 독자들이 사실 확인을 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포털검색을 통해 A사를 검색해보면, ‘대통령이 앉은 의자, 대한민국 제품 이미지 고급화에 큰 도움’, ‘100억원 이상 우량 대리점 육성’, ‘전자칠판’, ‘스마트V 출시’ 등 회사가 뿌린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기사가 대부분이다. 투자자에게 정작 중요한 기업의 현재 경영상황이나 재무상황 등에 대한 정보는 미비하다.

A사의 최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총계 428억7700만원, 당기순이익 11억1800만원으로 자기자본이익율(ROE)이 2.6%, 주가수익배율(PER)은 16.5배로 나타났다. 또한 부채는 지난해 말 430억4200만원에 비해 올해 반기 571억70억원으로 82억원이 증가한 129.85%로 증가했다.

PER(주가수익률)은 업종평균 28.71배 대비 16.5배로 저평가 된 것으로 평가됐으며, 기본적인 가치평가에서 중요한 자기자본수익률은 2.6%로 기업의 수익성 부분에서는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투자자의 문의전화를 받고, 기자는 상장회사의 경영현황과 소송상태 등이 한눈에 드러나는 그런 검색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투자자들이 헷갈리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