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이 대대적인 변신을 꾀할 조짐이다. 핵심키워드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다름 아닌, 이건희 삼성회장이 직접 거론한 ‘젊은 삼성’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멕시코 출장 전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어느 시대에도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 젊게 해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재계는 삼성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3세들의 전면등극 △전략기획실 부활 여부와 역할 △계열사 CEO들의 실적과 거취 등이 ‘젊은 삼성’ 키워드에 어떤 방식으로 부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삼성 이건희 회장 |
이 회장은 지난달 멕시코 출장 전 공항에서 “어느 시대에도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말했고, 지난 11일 서울 G20 비스니스 서밋 개막식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인사의 폭을 넓게 하고 싶다. 이재용 부사장 승진은 아직 못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의 이런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삼성이 보다 젊어질 것이란 분석은 이미 중론이 돼가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의 ‘회춘(回春)’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주목되는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 △이재용 부사장 등 삼성 3세경영의 전면 배치 △전략기획실의 부활 여부 및 역할 △계열사 CEO의 실적 및 연말 인사 영향이다.
◆‘포스트 이건희’ 또 다시 수면 위로
이 회장의 이번 발언으로 경영수업 중인 3세들의 승진 여부와 경영 보폭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이 회장의 이번 발언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졌다.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삼성 로얄패밀리의 대표적인 3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씩 경영 최일선으로 전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이 회장 퇴임 후 3세들은 막중한 책임을 지고 그룹 내 위상을 높여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역대 최대의 임원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는 삼성 에버랜드 전무직까지 맡았다.
이재용 부사장 경영 체제는 매우 안정적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단행된 사장단 인사의 가장 큰 특성은 '이재용 부사장 중심'이었다. 삼성에버랜드 최대주주라는 타이틀과 함께 측근으로 알려진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원톱체제, 그리고 삼성SDI 김순택 사장의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 승진, 삼성카드 최도석 대표이사의 부회장 승진 등이 이재용 부사장 체제의 완성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부진 전무 역시 안정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전무의 그간 경영 성과엔 '흠 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전무는 지난 2001년부터 호텔신라 경영전략 업무를 담당하며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괄목할만한 경영 성적을 갱신해왔다. 호텔신라 성공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되는 이 전무는 이런 성적표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전무로 승진 발탁되면서 삼성에버랜드 미래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컨트롤타워 ‘갈증’, 이학수 고문 사면 영향은 없나
‘젊은 삼성’을 예상하는 데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도 있다. 삼성그룹 내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부활이다.
전략기획실은 지난 2008년 이 회장의 퇴진과 함께 해체되며, 사장단협의회로 이어졌지만 그동안 이 회장의 퇴임과 함께 전략기획실 해체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평가돼왔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전략기획실 해체는 발 빠른 삼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로 이어졌으며, 이 회장도 복귀 당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컨트롤 타워’ 부재의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런 전략기획실의 역할이 ‘젊은 삼성’에 있어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삼성 안팎으로부터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발 빠른 조직을 위해서는 그만큼 스피드한 경영이 필요하며 때문에 ‘컨트롤 타워’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삼성이 보다 젊어질 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보다 젊은 삼성’을 주문하고 나섰고, 삼성도 이번 연말을 기해 대대적인 변신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올해 초 美 라스베이거스 CES 2010을 찾은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오너가와 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 고문(왼쪽 세 번째). |
이 고문은 지난 1997년 회장 비서실장에 오른 이후 10여년간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의 장(長)을 이어오며 삼성의 명실상부한 2인자의 역할을 확고히 해왔다.
이러한 그가 사면과 함께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고문은 지난 8월 사면복권되기 전인 올해 초 이 회장과 함께 세계 최대 전기전자박람회(CES 2010)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이 회장의 신임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CEO도 연말 인사 영향
한편, 이 회장이 폭넓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룹 내 계열사들의 실적도 연말 인사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계열사들의 실적이 곧 CEO의 경영 능력 검증과 직결된다는 데 따른 해석으로 ‘젊은 삼성’에 있어 실적은 인사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셜리포트: 삼성의 변신 ②]에서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분석을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