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나금융지주는 결국 우리금융 대신 외환은행을 택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보도하면서, 불똥이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품에 안음으로써, 일단 하나금융지주는 불안한 업계 규모 경쟁에서 일단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흥행몰이에 적어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 역합병 논란 버거워, 적절한 인수자 사실상 無
하나금융지주는 그간 우리금융에 대해 큰 관심을 표해 왔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에 특혜성 몰아주기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해석도 내놓았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 정권과 가깝다는 인식 때문. 김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인맥이 닿는다는 풀이다.
그러나 여기엔 뒷배경 등 여러 문제로도 풀지 못할 난관이 존재했다. 하나금융지주 산하 기관들의 속사정을 보자. 상반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자산규모는 151조원대. 이 정도로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에 많이 밀리는 수준이다. 다만, 여기에 외환은행 자산규모 99조원을 합치면 총자산은 240조원으로 우리은행(237조8000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역합병’의 고민을 털어내면서 성장효과를 얻기에는 가장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까지 하나와 우리 양측의 날선 신경전이 표출되었다.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공고를 기점으로 우리금융측이 원하는 ‘과점주주’ 방식과 하나금융의 ‘대등합병’ 방식 사이에 갈등이 극심해졌다는 것.
<사진='우리'의 봄은 언제나 오려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흥행 실패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본사> |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동원할 자금력을 1조에서 많게는 3조원 가량으로 봐 왔다.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이 9월 기준 약 1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일부지분 매입 후 합병을 택하면 4조원 가량의 자금으로 인수가 가능하다. 일부 투자 자금만 끌어들이면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우리금융쪽이 여기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고, 역합병 논란까지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쪽의 표면상 논리는 과점주주 방식만이 완전 민영화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나, 결국 작은 하나금융지주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우리금융 산하 직원들의 우리사주 움직임이 최근 불거진 것도 민영화 국면에서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근래에 우리금융쪽에서 우리사주 추진 목소리가 나온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인수규모 6000~7000억원대 우리사주까지 등장할 우리금융을 끌어안기에 하나금융지주의 배포가 적당한지에 의문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등 계열사의 자금 짜내기 우려에 대한 반발 조짐도 굳이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 ‘덩치크고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우리금융을 사들이는 선택지에 선뜻 손이 가지 않게 한 부분으로 읽힌다.
◆ 민영화 위해서는 우리금융 길들이기 필요?
흥행을 기대해온 금융당국으로서는 일단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가격(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이나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대전제 모두에서 볼 때 하나금융지주의 돌발적인 방향 전환은 일단 흥행에 긍정적 요인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주회사 지분의 동일인 보유 한도와 같은 법 규정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만큼,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풀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매수에 관심을 갖는 전주(錢主)들이 나타나지 않는 문제는 당국으로서도 딱히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단 공적자금위원회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참여자가 2개곳 이상이면 인수방식에 상관없이 경쟁입찰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수 후보자들이 서로 다른 인수방식을 제안하더라도, 인수가격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입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KB금융이 참여 거절의사를 나타냈고, 하나금융지주는 실탄을 외환은행에 퍼부을 전망이며 신한지주는 내부 문제 수습으로 밖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음을 볼 때, 공자위는 우리금융 인수전이 단독 인수로 흘러갈 상황 등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 민영화의 경우, 2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하는 경쟁입찰 형태를 갖춰야 논란소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우인터내셔널 매각도 포스코의 단독 인수 참여로 국가계약법 논란이 이어졌던 적이 있다. 따라서 우리금융도 단독입찰일 경우에는 매각작업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
적절한 임자를 찾기도 어렵고, 여력이 있는 인수 후보자 역시도 우리금융의 뻣뻣한 자세에 실망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상황.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부실금융기관들을 구제해 첫 돛을 올리던 시점만큼이나 짙은 안개에 휩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