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나금융지주는 결국 우리금융 대신 외환은행을 택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보도했다. 이 협상이 최종적으로 이행되면 양측은 당국의 승인을 받아 외환은행 매각이 이뤄지게 된다. 외환 위기 여파 이후 여러 외국계 주인을 만나면서도 정부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위기를 극복해온 외환은행은 이로써 새로운 페이지를 열게 됐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외환은행을 포섭함으로써 불안한 업계 규모 경쟁에서 일단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 강점간의 결합 통한 시너지 효과 가능 전망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인수로 1991년 단자사에서 출발, 그간 서울은행 등을 인수하고 증권, 보험 등 영업을 다각화해온 여정에서 일단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만년 4등, 그것도 규모가 3위권과 크게 차이가 나는 금융지주사에서 일단 금융시장 재편 와중에 가장 주도적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내실을 다졌다는 입장으로 전환한 셈이다.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은행은 그간 소매금융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돼 왔다. 외환은행
<사진=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지분 인수에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
하나금융지주는 이같은 상황에서 론스타보유 외환은행 지분 인수에 프리미엄 등을 합쳐 약 40억달러를 쓸 것으로 알려졌다.
◆ '공룡 우리금융'인수 부담, 사실상 꿈접어
다만, 일단 은행의 성장면에서 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은 가장 좋은 결합은 아니다. 그런데 왜 프리미엄 조건 등에서 볼 때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 측에 열렬히 구애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걸까?
하나은행의 경우 소매금융에 특화되어 있지만, 영업점포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문제를 안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상정해 보면 영업 영역면에서는 보완 효과가 좋은 컴비네이션이지만 외연 확대라는 점에서는 흠이 없지 않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상황이 깔려 있다. 상반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자산규모는 151조원대. 이 정도로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에 많이 밀리는 수준이다. 다만, 여기에 외환은행 자산규모 99조원을 합치면 총자산은 240조원으로 우리은행(237조8000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逆합병·인수’의 고민을 털어내면서 성장효과를 얻기에는 가장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간 우리금융은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관심과 러브콜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여러 자회사 중 일부를 분리매각하는 등 몸집을 일부 줄여 인수자측의 편의를 도모하도록 금융당국이 배려하는 결단을 내리는 등, 여러 면에서 우리금융 중심으로 금융시장 M&A 대전이 치러질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싸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물밑작업이 한때 어느 정도 타진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측의 날선 신경전이 표출되었다.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공고를 기점으로 우리금융측이 원하는 ‘과점주주’ 방식과 하나금융의 ‘대등합병’ 방식 사이에 갈등이 극심해졌다는 것.
하나금융이 염두에 둔 일부지분 매입 후 합병 방식은 정부 지분 57% 가운데 최대 30% 안팎의 지분을 매입하고 나머지 지분은 지분맞교환 방식을 통해 인수를 마무리짓겠다는 복안으로, 하나금융지주가 가진 실탄 동원 능력을 볼 때 사실상 가장 적당한 카드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동원할 자금력을 1조에서 많게는 3조원 가량으로 봐 왔다.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이 9월 기준 약 11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일부지분 매입 후 합병을 택하면 4조원 가량의 자금으로 인수가 가능하다. 일부 투자 자금만 끌어들이면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우리금융쪽이 여기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고, 역합병 논란까지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쪽의 표면상 논리는 과점주주 방식만이 완전 민영화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나, 결국 작은 하나금융지주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우리금융 산하 직원들의 우리사주 움직임이 최근 불거진 것도 민영화 국면에서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수규모 6000~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우리사주까지 있는 우리금융을 끌어안기에 하나금융지주의 배포가 적당한지에 의문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 테마섹 이탈 등 집안정리 문제도 안정성향 전환 한몫
더욱이 이같은 와중에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하나금융지주에서 발을 뺀 점도 하나금융지주가 다소 무리한 수를 배팅하는 데 어느 정도 부담을 안겼을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국민연금 등 투자자를 끌어들이면 어느 정도 욕심을 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결국 또다른 주도권 상실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비축된 자금과 동원 가능한 여력을 감안해 가장 적절한 범위 내에서 도약을 추진한 것이 이번 외환은행 인수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금융시장 재편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일단 외환은행으로 방향을 선회한 하나금융지주의 상황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이후로 예견돼 온 산업은행 처리 문제 등 금융 지형 변화 과정에서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