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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성호 vs 파스퇴르 ‘트윗 공방’의 여운

임혜현 기자 기자  2010.11.15 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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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때 유가공업계의 ‘이단아’로 날리던 업체가 있었다. 파스퇴르유업 이야기다. 파스퇴르유업은 군소업체이자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품질에 관한 자부심만은 오연해서, 시장의 유수한 유가공업체들을 공세적으로 몰아세우는 광고전으로 선제공격을 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고온 가공 우유 살균 방식에 대해 ‘탄 우유 논란’을 벌이고, ‘고름 우유’ 의혹도 제기했다. 이 같은 파스퇴르식 공세에 서울우유나 남양유업, 매일유업 같은 메이저들은 상당히 불쾌했을 것이고 실제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 제기 방식이 거칠었다 뿐이지, 상당 부분 논쟁이 유의미했다는 공감대가 시장에 확산됐기 때문에 메이저 업체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파스퇴르유업은 시장 저변 확대에 상당 부분 성공할 수 있었다.

근래 소설가 이외수씨와 트위터에서 논쟁을 벌였던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트위터 계정이 삭제됐다고 해서 화제인데, 진 의원의 이 같은 성적표에 트위터 세상을 만만하게 보고 들어섰던 게 아닌가 하여, 파스퇴르유업과는 달리 공세적 시장 진입 신고식의 좋지 않은 예를 보는 것과 같아 뒷맛이 쓰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트위터리안들이 진 의원의 계정을 ‘트위터 블록’(트위터 블록이란 팔로어들이 특정 상대를 집단으로 차단하는 것)한 여파로 이 같은 삭제 결과가 나왔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여러 명이 집단적으로 블럭을 하면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는데, 그 같은 피해를 입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발단은 진 의원이 최근 트위터에서 이외수씨의 ‘BBQ 광고 글’을 놓고 “트위터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 논쟁을 일으킨 데서 연유한다.

이 작가는 종종 흥미로운 깜짝 이벤트를 열면서 특정 맥주를 언급하는가 하면, 근래에는 BBQ를 홍보해 오고 있었는데 이에 진 의원이 포문을 연 것이다. 이 작가는 치킨회사 BBQ를 홍보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아 가난한 농촌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해 왔다고 밝혔으나 진 의원은 “원산지 허위표시로 BBQ가 압수수색 당하자 뒤늦게 자신이 BBQ 홍보맨이었음을 고백했다”고 공세를 폈다. 아울러 “막강한 팔로어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일종의 돈벌이를 한 셈이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치열한 BBQ 공방전이 알려지면서 진 의원의 트위터를 블록하거나 스팸신고를 한 트위터리안이 늘어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럼 문제는 어디에 있나? 우선 분명히 하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디지털 1만 양병설을 펴며 트위터 등 온라인 세상에 대한 공세를 주문한 데다, 진 의원이 당에서 디지털위원장을 맡고 있는 덤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 작가가 약 47만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는 ‘파워 트위터리안’이기 때문에 일종의 권력으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성역’이라는 주장을 하거나, 트위터 세상에 공고한 연대 의식에 합류하려면 앞서 구축된 인맥에 어쨌든 숙이는 자세를 보여야 하며 정치인이 트윗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게 궁극적으론 표를 구하려는 행동일 것이니 더욱 그렇다는 ‘텃세론’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문제는 정서 교감의 부족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진 의원의 태도에 있다는 데 있다. 트위터리안 간의 유대 관계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텃세를 인정해 주라는 게 아니라, 이들이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 작가의 BBQ 홍보에 대해 왜 묵인해 주었던가를 파악해 논리를 정연히 하는 게 돈벌이 의혹이라는 돌을 던지기 전에 선결 과제였다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있었던 1990년대 유가공 시장에서 파스퇴르가 취한 공세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이 일부 있었던 반면, 진 의원의 지적은 이미 논의가 끝나거나 논의의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반기를 드는 부작용만 우려되는 태도였다는 풀이다.

정서와 저변의 사정을 모르고서는 기반을 다질 수 없는 게 기업 경영은 물론 정치의 기본인데, 트윗 세상의 기본적인 표심을 모르고, 속된 말로 들이댄 게 아닐까. 이미 김주하 앵커 트위터 공방전이나 박용만 (주)두산 회장에 대한 어느 트위터의 두산그룹 측의 중앙대 학생 사찰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 등에서 보듯, 트윗 세상의 상당수 출입자들은 외부 세상에서 형성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대등한 선린 관계에서 의미있는 대화를 하기를 원한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인사라 해도 의미 없는 문장을 날리는 데 그친다고 판단되면 비판 대상이 될 수 있고, 저 인사는 가식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한 커밍아웃을 요구 당하 기도 하는 ‘정글’에 가깝다.

   
 
그런 공간에서 살아남은 이 작가에 대해 진 의원이 공세를 취한 것은 상당 기간 검증을 받은 상품에 허점이 있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공격을 한 것에 다름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나라당의 디지털 세상에 대한 이해도와 저변 확대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라면, 이들이 앞으로 닥칠 대선 와중에서 블로그나 트위터, 카페 등을 통해 쏟아낼 정치적 어필 중 상당 부분은 의미 있는 소통을 조곤조곤 이뤄내는 데 도달하지 못하고, 상당 부분 ‘디지털 스팸’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