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청년 전태일은 1970년 11월13일 서울 청계천6가의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 책을 가슴에 품고 비참한 노동현실을 알리며 장렬하게 산화했다.
1970년 청계천의 평화시장에서는 2만명의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 하에서 하루 평균 15시간씩 일했다. 임금은 월 1500원에서 3000원. 당시 쌀 한가마니(80㎏)는 5400원이었다. 노동자들은 기초적인 의식주를 충족하기에도 어려운 처지에서 극심한 노동에 시달렸다.
전태일은 평화시장 내의 노동자 친목회인 ‘삼동회’, ‘바보회’라는 조직을 통해 푸대접을 받는 노동자들을 대신해 노동법을 개선해보고자 투쟁하던 중 결국 스스로를 죽음으로 던지는 최후의 선택을 감행했다.
이로부터 40년이 흘렀다. 극빈국이던 한국은 당당히 세계 주요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다른 많은 국가들이 우리의 급성장을 신기하게 여기고, 또 부러워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은 어떤가. 자랑삼아 세계에 알릴만 할까?
20대 젊은이들은 전태일을 잘 알지 못한다. 전태일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쉽게 와 닿지 않을 만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전태일의 죽음’은 아직도 유의미하다. 불평등한 노동현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목 놓아 개선해야할 불합리한 근로여건이 구석구석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을 뿐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감내해야하는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전태일의 정신 또한 사라질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G20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국제 노동계 대표 등과 만나 “내가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고, 가족 전체가 비정규직 출신이었다”며 “고정적인 일자리를 얻어서 꾸준히 월급 받는 게 나의 꿈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꿈을 잘 이룬 것 같다. 성공적으로 꿈을 잘 이루었다면, 현재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젊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각고의 대책과 노력을 경주해줬으면 좋겠다. 젊은 노동자들도 대통령처럼 어려웠던 과거사를 벗어난 것을 외국인들에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가지고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다. 다소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기자의 눈에 이들이 전태일 열사의 슬픈 자화상으로 비춰질 때가 있다. “정상적인 취직을 하긴 어려운 것 같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뿐”이라고 내뱉는 27세 아르바이트 청년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다.
정부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20~30대 구직활동자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최근 정부가 대표적으로 시행한 행정인턴십이나 4대강 등의 정부육성산업에 투입되는 인력은 실업률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를 늘릴 뿐 질적인 면은 보장해주지 않는다. 2009년 정부가 청년들의 취업역량 제고를 목적으로 실시한 ‘청년인턴제’는 시행 2년 만에 실효성 부족으로 폐지가 결정됐다.
지난 3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549만8000명으로 집계됐고, 노동계는 임시 일용노동자를 포함하면 800만명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추산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2007년 정규직 근로자는 93%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52.1%만이 가입되어 있으며 일일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의 가입률은 더욱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절반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최소한의 생계보장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태일이 환생해 이 시대 ‘88만원세대’로 살고 있다면…,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